[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국가 핵심 AI 사업이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두 차례 유찰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업 세부 사항을 개선해 재공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인데요. 다만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만큼 삼성SDS
(삼성에스디에스(018260))를 포함해 앞서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2027년까지 약 2조5000억원을 투입, 비수도권에 1엑사플롭스(EF)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국가 AI 인프라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불리지만 앞서 두 차례 공모가 연속 유찰되며 추진에 난항을 겪었는데요.
유찰 원인으로는 △정부 주도의 과도한 지분 구조 △자율성 저하 등이 꼽힙니다. 기존 공모에는 정부가 과반 지분(정부 51%·민간 49%)을 보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는데요. 정부가 과반 지분을 보유하면 SPC에 참여한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기업들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SPC 청산 시 민간이 공공 지분을 이자를 얹어 매수해야 한다는 '매수청구권' 조항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초 사업 공모 당시
SK텔레콤(017670), 네이버
(NAVER(035420)), LG CNS
(엘지씨엔에스(064400)) 등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찰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사업 세부 사항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지난 4일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 발표 브리핑에서 "기존 내용이 민간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며 "민간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달 17일 열린 취임식에서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국가 AI컴퓨팅 센터 등 세계 수준의 AI 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겠다"며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달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참여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과기정통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세부 사항 조율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존 참여 의향을 보였던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고, SK텔레콤 역시 "검토 중이나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LG CNS는 관련 질의에 "답변이 어렵다"며 언급을 피했습니다. 그나마 삼성SDS의 경우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이 재공모된다면 긍정적으로 참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은 역시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삼성SDS 관계자는 "입찰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에는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국가AI컴퓨팅센터 3차 공모 시기와 관련해선, 업계는 추석 전에는 재공모에 대한 공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과 관련한 내용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