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김주하 기자] 두 달 가까이 공석이었던 금융감독원장에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취임했습니다. 이복현 전임 원장 이후 두 번째 법조인 출신 금감원장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원장이 정부 정책을 입안해줄 인물로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균형 있는 시각을 견지해줄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자본시장의 자금 공급 기능을 강화해 기업이 성장 자금을 시장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주가조작이나 독점 지위 남용 등 시장의 질서와 공정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대북 송금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 1분과장으로 활약했습니다.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그간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과는 전혀 다른 인사라 '깜짝 인사' ,'파격 인사'라는 평이 많습니다.
이 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특히 10년 넘게 국민연금 기금 운용 위원으로 활동하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정부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주가조작 하면 패가망신하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금감원, 금융위원회가 합동으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출범한 상태입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자본시장 신뢰도 제고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 질서 확립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깜짝 인사에 일부 당황하는 이들도 있지만 신임 금감원장에 대해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국민연금 위원을 역임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을 집행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원장을 제청하면서 "벤처 창업 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 수행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신뢰 회복,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융감독원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 공익 활동을 해온 인물로, 금융 관련 활동이 없던 점이 오히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회사와 소비자 보호 간 균형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경제 및 금융 분야에서 활동과 경력이 많지 않은 관계로,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금융감독의 분야가 넓어지고 있고, 전문적인데, 이 원장의 금융 관련 경력이 많지 않아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보라·김주하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