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의 자율 행동을 구현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 지원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거 출시하고, 미국은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상용화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로봇 시장에 뛰어들며 추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2025 세계 휴머노이드로봇 운동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1500m 달리기 종목에 참가해 뛰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삼고 제품을 연달아 출시 중입니다. 중국의 대표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지난 6월 연구 및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 R1을 5900달러에 출시했습니다. 자사의 또 다른 모델 G1과 비교해 움직임이 섬세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격이 약 1만달러가량 저렴합니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의 바퀴형 휴머노이드 로봇 ‘위안정A2-W’는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푸린정궁 공장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콘퍼런스(WRC)’에서는 로봇 1만9000여대가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지난 4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 이어 5월 휴머노이드 격투기 경기, 지난 14일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 운동회’를 개최하는 등 로봇 관련 대형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1000대 이상 자사 공장에 투입하고 내년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촉각 기능 갖춘 AI 로봇 ‘벌칸’ 등 로봇 100만대 이상을 자사 물류센터에 배치한 바 있습니다. 메타, 애플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피지컬 AI를 통해 데이터를 대규모로 학습하면서,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CES2025에서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소개했습니다. 물리적 법칙이 적용된 세계를 가상환경으로 재현하는 AI 모델로, 로봇 개발 시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LG전자가 IFA 2024에서 선보인 ‘이동형 AI홈 허브(코드명: Q9)’. (사진=LG전자).
한국도 개발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미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스킬드AI’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전사 차원 조직 ‘이노X랩’을 신설하고 피지컬 AI 등 로봇 기술 과제 수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LG전자는 올해 초 로봇 전문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해 기존 상업용 로봇 사업을 통합하고, 올해 이동형 AI 홈 로봇인 ‘Q9’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미국 로봇 시스템 기업 ‘원엑시아’를 주식 인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피지컬 AI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 차원의 로봇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학연 협력체인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세계 선두 수준의 휴머노이드 기술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산업부는 로봇 연구개발(R&D)·실증 등을 예산을 통해 지원하고, 개발 과정에서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코스모스(엔비디아 시뮬레이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입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우리만의 생태계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한데, 공급망 체계를 연결시켜 단가를 낮추는 등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로봇 사업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