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구글 텐서처리장치(TPU)가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키자 TPU 설계 파트너인 미국 브로드컴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 강자인 브로드컴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과 잇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SIC 제작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확장세는 더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브로드컴 본사. (사진=브로드컴).
26일(현지시각) 브로드컴은 미국 증시에서 주가 397.57달러를 기록하며 주가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메타는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4일(현지시각)에는 주가가 하루에만 11.1% 급등했고, 25일(1.9%)과 26일(3.3%)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지난 2016년 구글이 TPU를 처음 공개할 때부터 공동 설계자로서 TPU 설계를 지원해왔습니다. 구글 외에도 메타와 함께 ASIC 칩 ‘MTIA T-V1’을 개발 중이며, 지난달에는 오픈AI와 10기가와트(GW) 규모 AI 칩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브로드컴은 칩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에 수천개의 AI 칩을 연결하는 데에 필요한 네트워킹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에 실적도 가시화되는 모습입니다. 브로드컴은 이번 3분기 총매출이 160억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매출 92억달러 중 AI 반도체 매출이 52억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63% 증가한 수준입니다.
TPU를 비롯한 ASIC은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필요한 연산에만 하드웨어 최적화해 GPU 대비 전력 효율이 높습니다. 특히 제품이나 자산을 구매하는 시점부터 폐기될 때까지 모든 비용을 합친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가 큽니다.
업계에서는 ASIC이 동급의 AI GPU 대비 30~50%의 TCO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자체 설계한 칩을 생산하게 되면, 외부 변수가 줄어 자사 사업 계획에 맞춰 안정적인 칩 조달이 가능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SIC 생산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AI 칩 시장에서 ASIC가 새 영역 개척하면서 외형 확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AI 반도체 시장에서 ASIC 비중은 2024년 11%에서 2030년 1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 세계 ASIC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0억달러에서 오는 2027년 300억달러(약 43조9200억원)로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각자의 서비스에 맞춰 최적화된 칩을 요구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GPU 시장 외에도 ASIC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