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매출 중 원가가 99%…팔수록 손해

100원 제품의 원가가 98.6원…사실상 수익성 상실
상반기 적자 1.8조원…에틸렌 스프레드 회복 더뎌

입력 : 2025-08-25 오전 10:00:31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드러났습니다. 판매가 100원인 제품의 원가가 99원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사실상 수익성이 사라진 셈입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사진=전남도)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정부와 구조 재편 협약을 맺은 국내 주요 석화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8.6%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평균인 94.7%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조사 대상 석화 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 △2024년 94.7%로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매출원가율이란 기업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기업으로선 이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매출원가율이 98.6%라는 것은 100원에 파는 제품을 만드는 데 원가만 98.6원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남은 1.4%가 모두 영업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업이익은 원가와 판매관리비(각종 급여와 운영비 등)를 뺀 것인데, 1.4%에서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게 되면 사실상 기업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 모두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총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이 넘었습니다. 업체별로는 HD현대케미칼의 매출원가율이 107.3%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 103.7%, SK지오센트릭 101.0%, 대한유화 100.5% 등 순이었습니다. 
 
이처럼 국내 석화기업들이 적자를 보는 이유는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가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업계에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톤(t)당 300달러로 보고 있지만, 2022년 1분기부터 현재까지 300달러를 밑돌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22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 및 중동의 증산에 따른 판매가 하락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해외 변수에 더해,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이 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 두 차례 인상하면서 최근 4년간 70% 이상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석화업계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지출하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의 부담액만 연간 3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 등은 위기 산단에 대한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요청했으나,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구조 재편안에는 이를 비롯한 보편적 지원안이 제외됐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석화업계는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한계산업으로 몰리고 있다”며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도 필요하지만, 전기요금 감면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골자는 업계에 자율적으로 최대 370만t 규모의 NCC 감축을 유도하는 것으로, 선제적으로 생산을 줄이는 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반면,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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