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강훈식 급파…최종 담판만 남았다

한·미 정상회담 막판,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
초반부터 인선 지연에 4강 대사도 '오리무중'

입력 : 2025-08-25 오후 6:07:07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국운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이 최종 담판만 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이 마침내 성사되는 건데요. 한때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정부는 총력전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주 급히 미국에 파견됐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막판까지 오락가락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의 엇박자로 외교·안보 라인 인선 속도가 더뎠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취임 82일 만 첫 대면…3실장·경력직 긴급 투입
 
25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펼쳐집니다. 양국 정상은 다양한 의제를 두고 최종담판에 나섭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82일 만에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입니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이란 공습을 이유로 미국으로 귀국해 불발됐습니다. 
 
이번 회담은 이재명정부의 앞날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미국의 원하는 바는 분명한데요. 미국 측은 '대미 투자'와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미국은 정상회담을 불과 사흘 앞두고 안보 관련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국방비 인상 등을 원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결국 조 장관이 지난 21일 급히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고 별도 일정을 소화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조 장관의 미국행은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 향할 정도의 '변수'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조 장관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좌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외교 수장이 집단 부담 분담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요. 외교부 발표에선 해당 표현이 빠졌습니다. 
 
강 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3실장(비서·정책·안보)도 미국길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동시에 미국으로 향한 일은 전례가 없습니다. 강 실장은 미국에 도착한 뒤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댈러스 공항에서 기자에게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으면 마땅히 와 역할과 도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실장은 자신의 카운터파트(맞상대하는 사람이나 조직)이자 트럼프행정부 2기 실세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협의 채널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강경화 주미대사 내정자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미 순방에 합류했습니다. 강 내정자 발표는 이 대통령 순방 일정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발표됐습니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시절 모든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했는데요. 최소 4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강경화를 한·미 관계 전면에 내세우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강 내정자가 이번 정상회담에 투입된 이유인데요. 경력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행동에 대비하기 위한 '소방수'를 맡을 예정입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교·안보라인 난맥상…결국 '협상 난항으로'
 
하지만 막판까지 한·미 정상회담 조율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실 내부의 외교·안보 라인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권 초부터 계속된 외교·안보 라인의 난맥상이 협상 난항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보좌하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장관은 임명 속도가 더뎠습니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지명은 즉시 이뤄졌지만 안보실 1·2·3차장 인선은 비교적 늦게 결정됐습니다. 
 
중심엔 위 실장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갈등설이 있습니다. 위 실장은 '동맹파'에, 이 원장은 '자주파'에 속합니다. 동맹파는 한국과 미국 동맹을 자주파는 북한과 화해 및 협력을 외교 정책의 방향성으로 설정합니다.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외교부와 청와대가 자주파와 동맹파 대립으로 내부 갈등이 격화된 바 있습니다. 위 실장과 이 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각각 외교부 북미국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4강(미·일·중·러) 대사 임명 지연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정보 수집과 협상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강 내정자와 이혁 주일대사 내정자가 지목된 게 전부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윤석열씨가 임명했던 4강 대사를 포함한 특임 공관장 30여명을 모두 복귀시켰습니다. 이번에 내정된 강 내정자와 이 내정자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파견국의 사전 동의)을 받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사 임명이 지연되면 이재명식 '실용외교'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복원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이른 시일 내 주요국 대사 인명을 단행해 외교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중대사로는 3선 의원 출신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주러 대사로는 이석배 전 주러대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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