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제약사 늦깎이 IPO)④높아지는 상장 허들에 '중견 제약' 실적 주효

사업성 검토 강화 기조에 심사철회 몰리는 벤처사
반대급부로 중견제약 실적·재무 긍정 작용 분석
IPO에 매몰된 엑시트 구조에 대한 비판도 존재

입력 : 2025-08-2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6일 11:2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업력이 상당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중견 제약사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산업 고도화 흐름 속 경영 전략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부터 승계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일 거라는 예측까지 다양한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이 IPO 출사표를 던지게 된 배경과 함께 표면적인 명분부터 그 이면에 숨겨진 이유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늦깎이 IPO에 도전하는 중견 제약사들이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는 최근 제약바이오 벤처들의 예심승인이 지연되다가 결국 자진철회 수순을 밟는 모습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기술성 외에도 일정 수준의 사업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심사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견 제약사들의 견조한 실적과 탄탄한 재무 안정성이 도드라지며 빛을 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거래소 측은 규정에 따라 심사할 뿐이라며 개별 사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벤처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IPO에 몰리는 것을 두고 IPO에 매몰된 자본 회수(Exit)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중견제약 2~3개월만에 예심승인…철회 내몰리는 바이오벤처와 대비
 
26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삼익제약과 명인제약이 차례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완료한 상태다. 앞서 삼익제약은 지난 5월 스팩(SPAC) 소멸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며, 명인제약은 4월 코스피 시장 신규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이로써 삼익제약은 2개월만에, 명인제약은 3개월만에 예심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 벤처들이 오랜 기간 심사승인을 기다리다 결국 '심사철회'를 선택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올해 상반기 심사철회를 선택한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앰틱스바이오, 레드엔비아, 노벨티노빌리티 등이 있다. 의약품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앰틱스바이오와 레드엔비아는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 심사청구 이후 7개월, 6개월 만에 심사철회를 결정했으며, 항체 의약품 및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노벨티노빌리티는 올해 1월 심사청구 이후 5개월만에 심사철회를 택했다.
 
이들은 모두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을 추진했다. 기술특례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외부 평가기관 2곳의 기술성 평가를 통해 A, BBB 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첫 번째 허들을 넘어서게 되는데, 앰틱스바이오와 레드엔비아는 각각 'A, BBB' 등급을, 노벨티노빌리티는 'A, A'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이에 기술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들이 결국에는 심사철회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기술반환 등의 이유들이 드러나지만, 업계에선 높아진 상장 문턱이 한몫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가 기술성 뿐만 아니라 당장의 사업성 측면에도 더욱 무게를 두고 심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이들 모두 아직 뚜렷한 매출원이 없고, 영업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결손금이 누적된 상태다. 우선 앰틱스바이오의 매출액은 2021년 1225억원, 2022년 1133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163만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십억원대 영업손실과 영업적자 기록하며 2023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403억원에 달한다.
 
레드엔비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이 전무하며, 연간 1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601억원에 달했고, 노벨티노빌리티는 2022년 매출액 88억원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이듬해부터 2년 연속 1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 100억원대 영업적자를 지속하며 2024년 말 기준 연결결손금은 80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매출기반이 불분명하고,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예비심사 단계에서 상장을 자진 철회하는 모습에 거래소가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동시에, 반대급부로 견고한 매출 기반과 재무건전성을 갖춘 중견 제약사들이 좋은 평가를 획득하기 수월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기조 강화 여부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심사에 있어서는 규정 외에 더 강화되거나 그런 부분은 없다. 연초에 당국과 함께 발표했었던 심사 관련 내용 중 좀 더 꼼꼼히 보겠다 이런 코멘트들이 있다보니 그렇게 느끼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외 규정도 따로 바뀐게 없고, 기조 자체가 명시적으로 바뀐 부분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IPO에 매몰된 엑시트 구조 다변화 필요성 지적도
 
한편 제약바이오 업계가 벤처부터 중견에 이르기까지 상장에 몰리는 모습에서 시장의 엑시트 창구가 IPO에 국한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에 대해 보수적이면 엑시트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 제약바이오산업기획팀도 지난 2월 발간한 바이오헬스산업브리프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성장 동력: M&A의 국내외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IPO에 국한된 국내 엑시트 전략을 꼬집으며 M&A 등 대체 전략 활성화 필요성을 짚은 바 있다.
 
엑시트 방법은 기업공개 상장(IPO), M&A, 구주매각, 장외주식시장 거래 등 다양하지만, 실제 우리나라는 전산업적으로 IPO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건수 기준 엑시트 방법으로 IPO를 선택한 사례는 5%, M&A 사례가 95%에 달한 반면, 국내는 IPO로 엑시트한 기업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IPO가 사실상 절대적인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부연이다.
 
이와 관련해 진흥원 기획팀은 보고서에서 "바이오 벤처들은 밸류에이션 하락과 함께 사실상 유일한 출구전략으로 여겨지던 IPO의 병목현상이 심화되면서 외부 자금 유입이 차단되는 등 현금 흐름이 경색되고 있다"며 "벤처기업들의 자금순환과 성장 회복을 위해서는 IPO의 대체 출구전략으로서 M&A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국내 제약 산업 전반의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밸류 체인 재편에도 M&A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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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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