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국방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전통 방산기업과 AI 전문 기업 간 협업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인 무기체계와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 AI를 접목하는 방산기업과 데이터·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운 AI 기업이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국방 디지털 전환 모델이 부상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 밖에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군수·설계 자동화 등 국방 현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버린(자주적) AI 전환(AX) 실현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국방 분야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크게 전통적인 방위산업체와 AI 전문 기술 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꼽히는 '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AI 자주포 ‘K9A3’ 상용화를 목표로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HD현대'는 차세대 해양 전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AI 기반 미래형 함정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 방산업체 '팔란티어'와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LIG넥스원은 사이버·무인 자율·우주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며 AI 기술을 무기체계 전반에 접목하고 있는데요.
국방 분야 기술을 활용하는 AI 전문 기술 기업으로는 '코난테크놀로지'가 꼽힙니다. 이 회사는 텍스트 AI, 비전 AI 솔루션을 기반으로 감시정찰, 화력 운용,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국방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방산 AI 합성 데이터 스타트업 '젠젠에이아이'의 경우 국방·방위, 보안·관제 등 도메인 특화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환경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빠르게 생성합니다. AI 플랫폼 기업 '인피닉'도 비전 AI 기반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술 차량·이동형 관제 시스템을 선보여 국방 AI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방산 기업들은 무인 무기체계와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 AI를 접목하거나, 해외 방산업체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AI 전문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등 AI 기술 자체를 국방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삼성SDS 타워. (사진=삼성SDS)
이 가운데 최근에는 방산기업과 AI 기업이 협업하는 사례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SDS는 최근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정찰용 USV ‘해검’에 필요한 엣지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단독 수주했는데요. 지난해 말 1차 계약에 이어 올해 2분기 정식 납품 계약을 맺고 내년 초 최적화 서버 공급을 시작으로 양산화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USV는 센서·영상 등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많아 저지연 연산이 가능한 엣지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습니다. 삼성SDS는 보안성과 클라우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기업의 최종 파트너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회사는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출범한 ‘국방클라우드 TF’, 군 차세대 합동지휘통제체계(K-타이탄) 개발 참여 등 국방 AI 분야 입지를 넓힌다는 방침입니다.
또한 국방 AI 분야에서 소버린 AX 실현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도 눈에 띄는데요. 생성형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는 자사의 초경량 언어모델(sLLM)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앞세워 국방 설계 및 군수 자동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회사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 방산 설계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는 군수 정비 교범·부품 도면·수리 이력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산 산업용 언어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능적 군수 지원 기반과 스마트 군수 지원 체계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포티투마루 관계자는 "국방·방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곧 생존 문제로 확산되는 만큼 국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버린 AX 실현을 선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방과 AI의 결합으로 기술 고도화는 물론, 자원 관리 효율화,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은 정책기고문을 통해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 군사력의 핵심은 ICT와 결합된 지능화 기술”이라며 “기존 군사기술과 전력이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겠지만, AI가 기존 무기체계의 기능에 결합·융합되는 업그레이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전장 관리뿐 아니라 방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국방 자원관리 영역에서도 AI 적용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인력 감축, 행정·운영의 효율화, 예산 절감 등이 민간 산업 분야에서 이미 입증된 만큼 국방 분야 역시 AI 도입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정부도 국방 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2025 국방과학기술혁신 시행계획(안)’을 통해 국방 데이터·AI R&D 기반 구축과 각 군 무기체계 특성을 고려한 국방 AI 기술로드맵 개발을 제시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부터 국방 AI 개발과 방산 수출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