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케데헌' 열풍에 찬물 붓는 케데헌 명소 '스탬프 투어'

서울관광재단, 8월28일부터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 시작해
'관광정보센터 방문객 대상'이라더니…내국인에겐 "기념품 안 준다"
미션 장소와 케데헌 연결 고리 부재…스탬프 투어하는 외국인 안 보여

입력 : 2025-09-04 오후 2:58:16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서울관광재단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를 활용해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안내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션지를 겸하는 팸플릿은 온통 영어였고, 내국인은 스탬프 투어를 하고 스탬프를 찍어 와도 기념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넷플릭스 역대 1위 흥행작에 등극한 '케데헌'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입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케데헌'의 배경이 된 서울 명소 8곳을 방문해 미션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모으는 방식의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서울관광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관광정보센터 방문객들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며 스탬프를 모으면, 그 수량에 따라 다양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 미션을 완료하면 증정되는 기념품. (사진=서울관광재단)
 
하지만 <뉴스토마토>가 지난 3일 직접 스탬프 투어에 참가해 체험해보니 투어는 처음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송파관광정보센터에 방문해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 체험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라고 물었지만, 직원들은 도리어 '이거인가?', '그거 여기서 하는 거예요?'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지 일주일가량 흘렀을 때였지만 관광정보센터 직원들도 무슨 행사인지 잘 모르는 분위기였습니다. 
 
취재팀이 거꾸로 "케데헌에 나온 명소로 스탬프 투어 하는 거요"라고 부가적으로 설명한 뒤에야 관광정보센터에선 주섬주섬 한편에서 미션지를 꺼내서 건네줬습니다. 그마저도 미션지는 관광정보센터에 꽂힌 여러 팸플릿 속에 별도 설명도 없이 꽂혀 있었습니다. 일부러 찾아서 보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십상인 겁니다. 
 
송파관광정보센터엔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 미션지(빨간색 원 안)가 수많은 팸플릿 사이에 별도 소개도 없이 꽂혀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취재팀은 미션지를 받아 들었을 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전부 영어로만 쓰였기 때문입니다. '스탬프 투어 자체가 혹시 외국인만 대상으로 하는 건가' 싶어서 다시 한번 관광정보센터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케데헌'을 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많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내국인이 미션 대상자가 아니라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미션지는 '미션'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케더헌' 작품에 나오는 명소로 가서 별도의 미션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해당 장소를 방문하기만 하면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스탬프는 해당 명소 그 자체가 아닌 명소 인근의 관광정보센터에서 찍어야 했습니다. 일례로 미션지엔 롯데월드타워가 명소로 표기됐지만, 스탬프는 그곳에서부터 도보 약 8분 거리에 있는 송파관광정보센터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미션지에 나오는 '케데헌' 명소는 8곳입니다. N서울타워, 서울한방진흥센터, 북촌한옥마을, 낙산공원,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한강공원, 명동거리, 롯데월드타워 등입니다. 그러나 스탬프는 명소별로 차별화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N서울타워에 가면 N서울타워 모양이 새겨진 스탬프를, 한강원에 가면 한강공원 풍경이 각인된 스탬프를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 장소마다 특별한 스탬프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곳을 돌지 않더라도 스탬프는 금방 다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N서울타워에 가서 한 번에 도장 8개를 받아도 마치 8곳 명소를 모두 둘러본 것과 같은 '인증'을 남길 수 있는 겁니다. 케데헌에 나오는 명소를 둘러본다는 스탬프 투어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미션지엔 각 명소를 설명하는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미션 장소에 대한 설명이 또 '영어'로 나오는데, '케데헌'과의 연관성을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미션지에 표시된 장소에 가봤지만 그곳이 '케데헌'에서 등장한 곳이라는 안내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미션 장소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서울관광재단에서 하는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은 한 명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 투어 미션을 모두 완수했지만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기념품은 받을 수 없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가장 큰 문제는 스탬프를 열심히 모아도 내국인은 기념품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취재팀은 우여곡절 끝에 트립 미션과 보너스 미션까지 수행했습니다. 기념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명동관광정보센터를 찾았습니다(스탬프를 다 모을 경우 최종 기념품은 명동관광정보센터와 광화문 관광안내소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내국인은 굿즈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지침이 내려와서요"였습니다. 내국인이 받을 수 있는 건 서울 트립 헌터스 인증 배지뿐이었습니다. 
 
혹시 정말 내국인은 대상이 아닐까 싶어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8월2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다시 봤습니다. "관광정보센터 방문객 대상 스탬프 투어 이벤트 진행",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스탬프 투어를 통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다양한 명소를 직접 즐기며 특별한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다거나 내국인은 해당 투어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서울관광재단이 8월29일 배포한 서울 트립 헌터스 스탬프투어 보도자료에는 '외국인' 대상 행사라는 내용이 없고, '관광정보센터 방문객 대상'이라고 적혀 있다(빨간색 원 안). (자료=서울관광재단)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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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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