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은순·김충식, '세종포천고속도로' 노선 변경도 주도?

김충식, 고속도로 노선 변경 위해 추진위 꾸리고 대통령실·감사원에도 진정
광주 삼동 일대는 '생태1등급' 보고서 작성한 바로산업, 김씨와 '협력 관계'
김충식, 고속도로 노선 변경 시도 이면엔 '뉴스테이 개발' 목적 있었던 정황
2019년 고속도로 토지 소유주들에게 "뉴스테이 사업 추진했다" 문서 발송

입력 : 2025-09-08 오후 5:34:21
[뉴스토마토 강예슬·김현철·유근윤 기자] 김건희씨 모친 최은순씨의 동업자 김충식씨가 뉴스테이 사업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 삼동 일대 세종-포천고속도로(이하 고속도로) 노선 변경까지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명인동산은 수년에 걸쳐 고속도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진정을 넣었는데, 진정의 근거인 자연환경 보고서를 작성한 곳은 그와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였던 걸로 확인된 겁니다. 특히 김충식씨가 고속도로 토지 소유주들에게 뉴스테이 사업을 위해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고 밝힌 문서도 입수했습니다. 
 
김충식, 추진위 꾸리고 대통령실에도 진정…고속도로 노선 변경 공 들여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충식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명인동산은 고속도로 통과 예정지인인 경기도 광주시 삼동 일대를 개발하기 위해 주민들과 노선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 대통령실, 감사원 등에 진정서까지 보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명인동산은 2010년 엔씨포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습니다. 김충식씨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대표로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최은순씨가 2013년 이 회사에서 등기이사를 지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 회사의 현재 등록주소는 서울 송파구 김충식씨의 자택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은순씨와 김충식가 함께 설립한 충은산업의 등록 주소도 김충식씨의 송파구 자택으로 되어 있습니다. 명인동산은 사실상 김충식씨의 개인 사업체인 셈입니다. 
 
(주)바로산업이 작성한 경기도 광주시 삼동 산111-1번지 일원 자연환경 보고서. (사진제공=열린공감TV)
 
그런데 명인동산이 고속도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진정을 넣을 수 있던 건 자연환경 보고서 때문입니다. 해당 보고서는 ㈜바로산업이 2017년 8월 작성한 '산114-1번지 일원 생태·지연도 1등급권역 수정·보완 건: 자연환경 조사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입니다. 이 문서는 탐사보도 채널 '열린공감TV'가 6월 김충식씨 소유의 창고 앞에서 확보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
 
바로산업의 보고서는 기존 고속도로 예정 노선이 생태·지연도 1등급권역을 통과한다며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고속도로가 다른 곳으로 우회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노선 변경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김충식씨의 명인동산은 바로산업이 조사보고서 작성을 준비하던 2016년 무렵 광주시 주민들과 고속도로 선형 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듬해 보고서가 나오자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과 감사원 등에 진정서를 내고 고속도로 선형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8월 광주시, 광주시의회, 고속도로 노선변경 추진위원회 등에 "고속도로 사업 추진 일정상 현재 노선(원안 노선)으로 8월 중 용지 보상 등 후속 업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김충식씨 등이 요구한 세종-포천고속도로 선형 변경안. 빨간색이 기존 노선(개발 예정지)이며, 파란색은 변경 요구안. (사진제공=열린공감TV)
 
자연보호 위해 고속도로 노선 변경?…사실은 뉴스테이 사업 목적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김충식씨는 자연보호를 위해 고속도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목적이 엿보입니다. 김씨는 고속도로가 놓일 자리에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겁니다. 
 
뉴스테이 사업은 2015년 박근혜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사업 제안·건설, 운영을 맡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주택도시기금이 자금 지원과 관리 감독을 실시합니다. 
 
2019년 9월 명인동산과 바로산업이 경기도 광주시 삼동 387번지 외 95필지 소유주(세종-포천고속도로 구간 토지 소유주 포함)에게 발송한 문서를 보면, "고속도로 제10공구 선형을 변경하고 같은 토지에 뉴스테이 주택사업을 추진해온 바, 다음과 같은 경과 사항 등 내용을 알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환경보전을 무시하고 도로개설을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조치"라면서 "회사는 조속한 시일에 기관과 공동으로 개발계획을 세워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합니다. 
 
2019년 9월 명인동산과 바로산업이 경기도 광주시 삼동 387번지 외 95필지 소유주(세종-포천고속도로 구간 토지 소유주 포함)에게 발송한 문서. (사진=열린공감TV 제공)
 
김충식씨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국도로공사 등을 비판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 토지 소유주들에겐 뉴스테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애초 고속도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저엔 뉴스테이 사업을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음을 스스로 실토한 셈입니다. 
 
특히 기존 고속도로 예정 노선이 생태·지연도 1등급권역을 통과한다며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쓴 바로산업의 목적도 의심스럽습니다. 바로산업의 대표 김○○씨가 명인동산 등기이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2017년 9월 바로산업이 보고서를 만든 직후부터 2020년 9월까지 명인동산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김충식씨는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뉴스테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과 토지 매입까지 진행합니다. 김충식씨의 자료 중에는 2019년 9월11일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삼동프로젝트 도시계획 시설 변경 사업'이라는 문건이 있습니다. 문서의 중간쯤엔 "사업자가 국가나 자치단체가 아닌 경우 시(자치단체) 51%, 민간 49%(광주도시관리공사 + 원장님)"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원장님'은 김충식씨를 언급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씨가 평소에 한국교양문화원장이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김충식씨가 전문가로부터 경기도 광주시 삼동 일대 개발사업 자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 (사진제공=열린공감TV)
 
이후 2020년 9월 김충식씨가 대표로 있는 명인동산은 광주시 삼동 일대 토지 매입을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 따르면, 대상 토지는 경기도 광주시 삼동 산106-1번지 일원 약 23만6574㎡(약 7만1555평)입니다. 용역 계약 당사자는 '갑' 명인동산 김충식씨와 '을' 권○○, 강○○, 임○○ 등 3명입니다. 이들은 토지 소유주로부터 토지매매동의서를 징구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성사 시 토지대금의 2%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습니다. 
  
이런 수법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과 맞물려 있습니다. 양평고속도로는 2023년 5월 갑자기 종점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 병산리로 8㎞ 남쪽으로 변경됐습니다. 당시에도 노선을 바꾸는 명분은 교통량 증가, 주민 편의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변경된 종점에서 반경 500m 이내에 김건희씨 일가가 보유한 토지 29필지(3만9394㎡)가 위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은순씨는 2022년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보고 당일 양평군 소재 토지 20여곳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김충식씨의 반론과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어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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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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