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삼목에스폼, 주식가치 반값에 공개매수 추진

자진 상폐 아니라지만…단계적 추진 의심

입력 : 2025-09-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목에스폼 최대주주가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율은 아니어서 큰 변화는 없겠지만, 주주들은 주식 가치를 크게 밑도는 가격에 지분을 가져가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목에스폼은 지난 8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통해 발행주식의 9.52%에 해당하는 140만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2만2800원입니다. 
 
상폐 목적도 아닌데 갑자기 공개매수
 
매수 주체는 삼목에스폼의 최대주주인 에스폼과 주요주주이자 특수관계자인 에스브이씨입니다. 현재 삼목에스폼의 전체 발행주식은 1470만주이며 이 중 에스폼이 564만주, 38.4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 에스브이씨가 28만주(1.94%)를 보유 중입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지분율은 67%에 달합니다. 
 
이번 공개매수에선 에스브이씨가 30만8000주를 우선 가져가고, 나머지를 에스폼이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총 140만주를 넘을 경우엔 안분비례, 즉 청약경쟁률에 따라 140만주까지만 인수할 예정입니다. 
 
최대주주의 주식 공개매수 공시에 삼목에스폼의 주가는 곧장 공개매수가 부근까지 급등했습니다. 에스폼은 공시에 공개매수의 목적을 ‘책임경영’과 ‘효율적 의사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지금도 최대주주 측이 전체 지분의 3분의 2를 갖고 있는 마당에 경영권이 위협받을 우려는 극히 적습니다. 그렇다고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자진 상장폐지를 하려면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 측이 길게 보고 지분을 모으려는 의도가 아니겠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사측은 공개매수 신고서에 이번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하거나 공개매수한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공개매수 공시로 주가는 뛰었지만 주주들은 불만이 상당합니다. 공개매수 가격을 최근 주가보다 할증해 정한 것은 맞지만, 이 가격이 삼목에스폼의 제 가치를 온전히 반영했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삼목에스폼 안성 사업장. (사진=삼목에스폼 홈페이지)
 
반값 공개매수 주관, 또…
 
삼목에스폼은 건설 자재인 알루미늄폼 등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올리는 강소기업입니다. 지난해엔 4000억대의 매출과 75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엔 이익이 급감했으나 흑자 기조는 지키고 있습니다. 
 
부채비율도 20% 이하로 낮고 쌓인 현금도 많지만 주주환원엔 인색한 편입니다. 그 결과 6월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치(BPS)가 4만4658원에 달합니다. 즉 최대주주 측은 이번에 BPS의 절반 가격 수준에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주주들은 주당 가치에 비해 이번 공개매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공개매수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들어 사측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자진 상장폐지와 거리가 있지만 결국 추가 공개매수를 진행해 단계적으로 상장폐지로 가기 위한 밑그림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공개매수를 NH투자증권이 주관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여러 기업에서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하는 등, 주주권 강화 기조를 피하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필요할 경우 대출도 시행합니다. 삼목에스폼의 공개매수 역시 주식 공개매수대금 최대 319억원에 매매수수료 2억5000만원, 기타 비용 2000만원 등 총 322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거래인데요. 김준년 회장은 이 중 39억원을 NH투자증권에서 4.60% 금리로 차입할 예정입니다. 증권사들에겐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도 새로운 먹거리인 셈입니다. 
 
삼목에스폼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8일부터 오는 29일까지입니다. 공개매수 청약 신청은 NH투자증권에서 받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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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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