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6·27 대출 규제 이후 주거 사다리인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 부자의 리그로 재편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일부 단지가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며 1순위 청약 경쟁률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08 대 1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수도권 등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최고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6·27 대책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전국 평균 20 대 1이 넘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2022년에는 청약 경쟁률이 떨어지며 2023년 4월에는 4.81 대 1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5월 14.79 대 1을 기록했지만 대출 규제 이후 다시 주춤한 모양새입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
다만 수도권 상급지 분양 단지 청약에서는 자금력을 갖춘 현금 부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였습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1순위 청약에만 6만947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63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특별공급 모집에는 3만6695명이 몰린 것을 고려하면 10만명 이상이 신청한 것이죠.
대출 규제대로 6억원을 전부 대출받는다 하더라도 다수 면적에서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해 미진한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는데 청약 열기는 기대 이상으로 뜨꺼웠죠. 잠실 르엘 전용면적 74㎡ 분양가가 20억원에 육박했지만 2개 타입이 각각 691.24 대 1, 596.9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브랜드와 입지 경쟁력이 뚜렷한 단지에서는 수요 쏠림 현상이 재확인됐습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 아테라' 역시 지난 8월29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5.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용 76㎡ G 타입은 단 1세대 모집에 351명이 몰려 최고 351 대 1을 나타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단지처럼 향후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곳에는 수요가 집중돼 규제가 강해질수록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저소득층이나 무주택자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을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강남권처럼 고가 아파트 지역은 당첨 자체가 곧 투자 차익을 의미한다는 인식이 강해 현금 부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반면 중간 가격대 지역은 대출의 영향으로 청약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잠수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6·27 대책의 여파로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가격은 국지적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직방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6월 3만1132건에서 7월 1만4331건, 8월 1만2982건으로 줄었습니다. 서울은 6월 1만913건에서 7월 3941건, 8월 3519건으로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상승거래 비중은 7월 56%, 8월 53%에 달하며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19곳이 8월에도 종전 거래보다 비싼 가격으로 절반 이상이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용산구의 8월 거래가격은 종전 대비 4.28% 올랐고, 광진구(3.8%), 중구(3.5%), 마포구(2.82%), 강남구(2.69%), 강동구(2.59%)도 거래가격이 상승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28일부터 8월27일까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총 1666건, 2조9755억원 규모의 주택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건당 평균 거래가는 17억8600만원이며, 강남구는 23억9200만원, 서초구는 20억1000만원, 송파구는 12억73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융기관 예금을 활용한 거래가 1139건, 부동산 처분 대금 1111건 등으로 고액 현금 보유자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마포·용산·성동(마용성)구에서도 같은 기간 769건, 1조1388억원 규모의 주택이 거래됐습니다. 평균 거래가는 14억8000만원이며 자기자금 조달은 예금 515건, 부동산 처분 대금 47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상승거래 비중이 감소하며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약세를 보였습니다. 경기도 아파트의 상승 거래 비중은 6월 51%에서 7월 49%, 8월 48%로 줄었고, 인천 아파트의 상승거래 비중은 6월 50%에서 7월 47%, 8월 46%로 감소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