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넥슨 산하 네오플 노사가 3분기 내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게임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노사가 무엇을 얻고 잃느냐가 게임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입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오플 노사는 18일 5차 교섭을 시작합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이달 8일부터 임시 복귀와 준법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간외근로 없이 정시 출퇴근만 하는 식입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월12일 넥슨 코리아 앞에서 열린 '네오플분회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화섬식품노조 결의대회'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노조 '지속 가능 쟁의' 준비
준법투쟁에 대한 인식 차는 큽니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준법투쟁 첫날 사내 공지에서 "이제는 업무에 복귀한 만큼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할 때"라고 했는데요. 이미 노조는 이달 내 파업에 재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속 가능한 쟁의를 이어가기 위한 재정비 차원일 뿐이라는 겁니다.
네오플 노조 측은 "교섭에 진척이 없을 경우 재파업 돌입 확정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화 또는 그에 준하는 제도적 보상 체계를 사측에 요구할 전망입니다. 앞서 노조는 3차 교섭부터 기존 PS 4% 요구를 2%로 낮춰 제시했지만 사측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노조가 있는 회사들은 네오플 장기 파업이 게임 서비스와 실적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3월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을 주목하는데요. 이 법은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 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둡니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전까지 구체적인 지침·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습니다.
6월26일 네오플 제주본사 앞에서 노조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네오플분회)
업계 "실적에 영향" 노조 "산업 성숙 기회"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원청인 넥슨이 책임지라는 게 노란봉투법의 취지로 보이는데 원하청 관계로 엮인 게임사들의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넥슨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20주년 행사가 취소됐는데, 결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가선 안 된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며 "게임사 내 파업으로 신작 개발이 지연될 경우 당연히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개발 지연에 따라 비용은 늘어나는데 매출은 그만큼 안 나온다면 그만큼 고용도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점을 노사가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고 노란봉투법 시행 전까지 갈등을 매듭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노조는 정당한 보상이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입니다. 네오플 노조 관계자는 "이 상황을 단순히 불확실성으로만 보기보다 업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게임업계의 문제로 지적돼온 건 불투명한 보상과 평가 구조, 강도 높은 노동이었다"며 "만약 직원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는 문화와 존중받는 노동환경이 자리 잡는다면 더 뛰어난 인재들이 들어오고 개발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더 좋은 게임과 더 풍부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며 "업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