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태광산업 손 들어준 법원에 ‘이의 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자사주+교환사채 법적 쟁점 세미나
“자사주, 살 땐 자본·팔 땐 자산…말도 안 돼”
상법 ‘주주충실의무’ 개정 불구, 주주 빠진 ‘회사의 손해’ 그대로
오기형 의원 참관·질의도…견제 없어 9월에 만 60건 발행 공시

입력 : 2025-09-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 IFC에서 ‘자기주식 교환사채의 법적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10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신청한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과 관련해 긴급히 마련된 세미나였습니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지분율 24.41%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한 EB 발행을 결정하자 경영상 목적 없이 상법 개정 전에 자사주를 처분하기 위해 급하게 결정했다며 교환사채 발행 무효 확인 및 이사 위법행위 유지 청구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세미나 주제 발표 후 패널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대표,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사진=김창경 기자)
 
이미 없어진 주식인데 부활…증자와 같아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일부 기업 CEO들과 얘길 해보면 이분들은 자기주식을 유동자산쯤으로 생각하더라”라는 사례를 전하며 “자기주식은 자기자본 계정에서 차감하는 게 글로벌스탠다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자기주식은 사는 순간 없어지는 것인데 거래소는 아직도 시가총액에서 자사주를 차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발제에 나선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관련 이슈에 대해 사측은 자기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 교수는 자기주식은 취득하는 순간 (회계상) 이미 없어진 주식인데, 없어진 주식을 다시 매각해 사라졌던 주식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자기주식 매각은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와 다름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자기주식 소각을 강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기주식의 성격을 잘못 이해한 것이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기에 소각이 현실적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법원의 판결을 두고 의견이 부딪히는 데 대해, 상법의 주주 충실 의무는 개정됐지만 ‘주주의 손해’에 대한 부분은 개정되지 않아 법원이 ‘회사의 손해’에 대해서만 판단, 인정받기가 어렵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교환사채 발행의 이유인 ‘경영상 목적’이라는 애매한 기준, 최근일 주가를 기준으로 교환가격을 산정해 저평가 발행을 피할 수 없다는 문제점 등도 지적했습니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자기주식의 성격을 자산으로 볼 것인지 미발행주식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법원의 판례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본다면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므로 주주가 자기주식 양도에 직접 개입해 무효를 주장할 근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주식은 처분과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바뀌어 주주의 지위와 이익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자산과 다르다는 것이 천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천 변호사는 자기주식을 아무런 가치가 없는 ‘껍데기 주식’에 비유했습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이사 또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시 재무제표 자본 조정 항목에 이 금액을 마이너스로 표시한다”며 한 기업의 공시를 예시로 보여주고 “이렇게 떡 하니 (자본 거래로) 공시해놓고 처분할 때는 자산이라고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이사는 경영권 방어는 주주 충실 의무 위반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적대적 인수 상황에서 보호 대상은 이사회의 경영권(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아니고 전체 주주의 지배권(통제권, 의결권)”이라며 “포이즌필 역시 주주 전체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 개정 먼데 EB 발행은 급증세
 
이날 세미나에는 많은 언론사와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직접 질의를 하는 등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에 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세미나에서 제기한 이슈가 화제가 된다고 가정해도 관련법과 규정이 바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 공시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9월 들어 지난 19일까지 나온 EB 발행 공시만 60건에 달합니다. 8월 9건에서 급증했습니다. 태광산업 EB 발행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만큼 이 같은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이를 견제해야 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정부 조직 개정에 휩쓸려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또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제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일반주주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발표자와의 패널 토론 사회를 맡은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금융위와 한국거래소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공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엄밀하게 보고 있다는 사인만 줘도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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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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