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발 ‘한일 경제공동체’…반도체 소·부·장 자립 ‘과제’

한 ‘제조 능력’ 일 ‘소부장’ 협력…시너지 기대
국내 기업 성장세…일 ‘수출 규제’ 재현 우려도

입력 : 2025-09-23 오후 2:08:2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초부터 제기한 한일 경제공동체론의 배경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처한 상황이 비슷한 양국이 유럽연합(EU)처럼 협력해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합니다. 한일 경제공동체론과 관련해 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반도체입니다. 제조 능력이 강한 한국과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강한 일본이 협업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부장의 국산화가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한일 협업과 국산화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지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최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완만한 경제 연대가 아닌 EU 같은 완전한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협력 분야로 인공지능(AI)와 반도체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관세 조치 등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양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양국 협력 확대는 경제계의 중요한 화두로 꼽힙니다.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한일 기업 협력의 현주소와 발전 전략’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47.4%, 일본 기업의 59.2%가 ‘소부장 공급망 협력 지원’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습니다. 
 
다만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한일 경제공동체 통합 전에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정부는 반도체와 장비의 국산화 비중은 10~20% 정도로, 소재는 30~40%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소부장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글로벌 점유율 2위(약 25%)로, 일본 무라타(약 40%)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필수 장비인 TC본더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가했던 불화수소(불산)·포토레지스트·투명 폴리이미드 같은 소재 분야에서도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양국 협력과 국산화 가운데 선결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립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당연히 소부장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반도체산업 자체가 국가 관계에 따른 동맹 체제가 됐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대만, 미국까지 염두하고 협업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과 국내 대기업들이 협업할 순 있겠지만, 국내 소부장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으면 일본에 휘둘리는 처지가 되면서 국내 기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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