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비디아 반도체 전면전…삼성·SK ‘방긋’

구글, TPU로 AI 칩 시장에 도전장
빅테크 관심…탈엔비디아 가속화
HBM 부족 가능성…공급사 호재

입력 : 2025-11-26 오후 3:15:2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구글이 자체 제작한 주문형반도체(ASIC)인 텐서처리장치(TPU)의 외부 판매를 예고하면서 엔비디아가 구축한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의 성능까지 입증하며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해져 가격 협상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입니다.
 
구글. (사진=뉴시스)
 
25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고, 모든 AI 모델을 실행하고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며 AI 시장에서의 견고한 입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최근 구글의 TPU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항마로 부상하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내부적으로 사용하던 자체 칩 TPU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미나이 3.0이 엔비디아 GPU 없이도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1501점을 기록해 AI 모델 중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미 일부 빅테크 기업들도 TPU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메타는 오는 2027년부터 TPU를 자사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약 80~9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반면, 가격은 높고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탈엔비디아’ 기류는 구글을 시작으로 점점 확대될 전망입니다. 아마존(트레이니엄), 마이크로소프트(마이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AI 모델에 특화된 칩 설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적인 자체 AI 칩 생산 흐름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호재가 될 전망입니다. HBM은 이러한 칩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주요 공급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글과 엔비디아 경쟁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HBM3E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한 데다, TPU의 설계를 담당하는 브로드컴에 메모리 공급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 HBM4 품질 인증(퀄테스트)의 경우, 연내 조기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 최대 D램 생산능력 확보한 삼성전자가 향후 빅테크 업체로 메모리 공급량을 크게 늘릴 전망”이라고 짚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도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HBM 공급 부족 상황이 계속될수록 주요 거래처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칩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HBM 공급처인 양사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시장은 수요와 공급 중 수요 쪽에서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상황”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으니, 당연히 공급자 쪽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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