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악재 속 삼성전자 실적 D-1…'AI 랠리' 향방 가른다

장중 4%대 급락 후 낙폭 축소…나흘 전엔 나란히 연중 최고가
증권가"단기 조정은 불가피…실적이 랠리 지속성 검증할 것"

입력 : 2025-10-13 오후 3:50:04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14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합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이번 실적은 글로벌 AI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미중 관세 갈등과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실적 기대감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으로 풀이됩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17%(1100원) 내린 9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장 초반 9만300원(-4.44%)까지 밀렸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만회했습니다. 거래량은 3952만주로 집계됐으며 외국인은 640만주를 순매수, 기관도 36만주를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 보유율은 51.96%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3.04%(1만3000원) 하락한 41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40만3000원(-5.40%)까지 떨어졌으나 일부 반등했습니다. 거래량은 607만주로, 외국인은 16만주 순매도, 기관은 42만주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외국인 보유율은 55.61% 수준입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10일만 해도 '반도체 투톱'은 나란히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6.04%(5400원) 급등해 9만44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 역시 8.22%(3만2500원) 오른 42만8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번 하락은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중국산 전 품목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맞불을 놨습니다. 지난 4월 초고율 관세 전쟁 이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양국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반도체주에 즉각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뉴욕증시도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나스닥은 3.56%,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32%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4.89%), AMD(-7.72%), 마이크론(-5.58%)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급락했고 테슬라(-5.06%), 애플(-3.45%) 등 대형 기술주 역시 약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단기 충격이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이 미중 갈등을 후순위 리스크로 인식해왔던 만큼 돌발 발언의 체감 충격이 컸던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처럼 협상과 갈등이 반복된 만큼 시장의 내성이 높아 급락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1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분기(4조676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매출은 83조8000억원으로 6% 증가가 예상됩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램 가격 상승세가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3E(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오픈AI와 협력 체제를 공식화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의 적자 축소와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 호조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이달 말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 유력하다는 관측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24조원, 영업이익은 10조9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5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영규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로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조정 구간은 중장기적으로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단기적인 매수 기조와는 별개로 시장 전반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실적이 단순한 호실적을 넘어 AI 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26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순이익이 3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이번 분기 시장 기대를 상회한다면 그간 이어져온 AI 중심 랠리가 실체로 입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9만4400원, SK하이닉스는 42만80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주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