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인천시 거주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의 돌봄 기간이 평균 5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족 돌봄을 맡은 청소년·청년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게 조사됐습니다.
14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기간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였습니다.
설문조사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대상은 13세부터 34세까지 아픈 가족이 있는 청소년·청년 전체였으며, 설문 문항은 △돌봄 대상자 유무 △돌봄 여부 △생계 책임 여부 등이었습니다. 전체 유효 응답자 1만5647명 중 1146명이 가족돌봄청소년·청년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12명이 심층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조사 결과 가족돌봄청소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7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 돌봄을 맡은 경우는 주당 39.9시간으로 평균보다 10시간 이상 더 길었습니다. 주 돌봄자 비율은 43.9%(503명)에 달했으며, 생계 부양과 돌봄을 동시에 담당하는 비율도 78.9%(825명)에 이르렀습니다. 주 40시간 근무를 병행하는 경우 개인 시간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직업 형태를 보면 상용근로자가 51.2%로 가장 많았으나, ‘임시’, ‘일용’, ‘특수고용노동자’ 비율도 41.6%에 달했습니다. 평균 돌봄 기간은 64개월(5년 4개월)로 집계됐습니다.
성별로는 주 돌봄자 10명 중 7명이 여성이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여성은 68.8%(789명), 남성은 31.2%로 나타났습니다. 돌봄 대상자는 조모, 아버지, 어머니 순으로 많았고, 돌봄 사유는 중증질환(28.4%), 장애(26.4%), 치매(19.8%) 순이었습니다.
최혜정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사진 가운데)이 지난 9월 말 ‘인천시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실태조사’ 연구 최종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돌봄 부담은 청소년·청년들의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주당 15시간 이상 돌봄을 하는 청년 중 59.8%가 우울감을 호소했으며, 15시간 미만의 경우도 54.8%가 “우울하다”고 답했습니다. 주 돌봄자와 보조 돌봄자의 우울감 비율도 각각 57.9%, 57.2%로, 아픈 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청소년·청년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서비스는 경제적 지원(73.2%)이었으며, 이어 돌봄 서비스(69%), 이동 지원(68.2%), 가사 서비스(68.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공공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도 42.4%에 달해, 서비스 안내와 연계 부족이 지적됐습니다. 연령별로는 18세 이하 청소년이 경제적 지원·교육비·문화 활동 지원을, 19세 이상 청년은 가사 서비스·교육비 지원을 주요 필요 항목으로 꼽았습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연령대별 맞춤 지원과 함께 긴급지원, 생활안정, 미래보호 등 단계별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학교, 병원 등과 연계한 발굴 시스템과 종합 정보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심리·정서적 지원 역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혜정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고, 지원의 필요성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가족돌봄청소년·청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