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쇼크 본격화…돈 뿌려도 '0%대' 성장

반도체 빼곤 줄줄이 추락…수출 지형에 산업 전반까지 '흔들'

입력 : 2025-10-14 오후 5:57:43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10월 들어 대미 수출은 43.4% 급감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역대급 확장 재정을 편성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이 관세 여파로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성장률 역시 0%대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 수출 급감에…자동차 수출은 '반토막'
 
1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4억1000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 대비 4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129억7000만달러)도 15.2% 줄었습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 여파로 감소 폭이 특히 컸습니다. 
 
대미 수출 부진은 한국의 수출 지형에도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며 2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1~10일에는 대만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반도체만 호황을 보이고 나머지 품목은 침체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짙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액은 45억600만달러(약 6조4643억원)로 전년보다 47% 증가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7%까지 확대됐습니다. 
 
반면 관세 직격탄을 맞은 승용차(-51.8%)와 자동차 부품(-49.1%) 수출은 감소했습니다. 조업일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반도체 쏠림과 비반도체 부진의 구조적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기아는 25%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국산 수출을 줄이고 현지 생산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관세 영향 여실"…37년 만에 '최하위'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미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대미 수출 순위는 10위로, 트럼프 정권 출범 직전이던 지난해 7위에서 세 계단 떨어졌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관련 자료를 분석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입니다. 
 
한국은 2009년부터 꾸준히 6∼7위를 지켜왔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대만·아일랜드·스위스가 올해 모두 한국을 앞질렀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면적인 관세정책이 모든 나라에 적용됐음에도, 한국이 그 충격을 유독 크게 받은 나라임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철강·기계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피해가 컸습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미국 수출 품목별로 보면 관세 영향이 여실하다"며 "철강 분야에서도 파생상품의 경우 철강 부가가치만큼 50% 관세를 맞는 품목이 있어 기계류 수출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디지털토크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1%대 정체, 일본·대만은 회복세…성장 격차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내놨습니다.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기존보다 0.4%포인트 높인 1.1%로 상향 조정한 반면, 한국은 1%로 동결했습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 전망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섰지만, 3개월 만에 두 나라의 순위가 뒤바뀐 것입니다. OECD는 △미국 1.6→1.8% △중국 4.7→4.9% △영국 1.3→1.4% 등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대부분 상승 조정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역시 2.9%에서 3.2%로 올랐습니다. 
 
주요 국내외 기관들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1%를 밑돌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성장률을 0.8%로 제시했으며,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각각 0.9%, 0.8%로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0%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1.0%로, 간신히 0%대를 면했습니다. 반면 대만에 대해선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은 20%로 우리나라 15%보다 높지만, (경제 구조상) 테크 수출이 60%를 차지해 실효 관세율은 7~9% 정도로 추정된다"며 "실질적 충격이 미미했다"고 봤습니다. 
 
이재명정부는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현장에서 "경제 지표가 많이 개선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힘들어한다"고 진단하면서도 재정의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선진국들은 못 갚을 빚은 신속하게 탕감해서 정리해버린다. 우리는 한 번 빚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는데,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 모두가 혜택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장기 연체자 구제를 위한 빚 탕감과 함께 지역화폐 확대 등을 경제 부양 정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지역화폐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하며 '총액' 확대 의사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단기적 경제 부양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관세 여파의 해결 없이 0%대 성장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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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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