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표적된 LG화학…지배구조 개편 압박

팰리서캐피탈, ‘이사회 개편·자사주 매입’ 촉구
“장기 가치 회복”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신중’

입력 : 2025-10-23 오후 3:08:1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을 상대로 이사회 개편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LG화학의 주가가 보유 자회사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시장에서는 단기 주가 상승 기대와 함께 제안의 실효성을 놓고 신중한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LG화학 배터리 공장. (사진=LG화학)
 
23일 오전 9시28분 기준 LG화학 주가는 장중 40만8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전날 팰리서캐피탈이 공개서한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LG화학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장기 주주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LG화학의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74%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 69조원 규모의 가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LG화학이 세계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시장에서 적정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학계 중심의 이사회 구성과 자본시장 경험 부족을 꼽았습니다. 
 
대안으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 투명한 보상 체계 마련, 장기 디스카운트 관리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안했습니다.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현물로 활용한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LG화학이 2020년 말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이후 형성된 모회사–자회사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80%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는 반면,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약 30조원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LG화학 여수NCC 2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 사례는 삼성물산–삼성전자, SK㈜–SK스퀘어–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그룹과 유사한 구조로 분석됩니다. 이들 기업 모두 자회사 가치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팰리서캐피탈은 엘리엇 출신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설립한 펀드입니다. 스미스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이끈 인물입니다. 스미스는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13D 모니터 액티브 패시브 투자 서밋’에서 “LG화학의 주가가 본래 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이유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 부족과 주주와의 이해관계 불일치, 부실한 자본 배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단기 수익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효율성 강화를 통한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안을 두고 신중한 시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팰리서캐피탈이 제시한 ‘첨단소재 사업의 물적·인적분할 후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병 시나리오’는 자회사 지분가치를 시장에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명분이지만, 실현될 경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에서는 “시황도 안 좋은 석유화학 사업만 하라는 것이냐”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이런 방식은 단기적으로 LG화학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계열사 가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제안이 오히려 그룹 전체의 장기 성장성과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LG화학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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