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택임대사업 허용한다는데…시장에선 "굳이?"

입력 : 2025-10-23 오후 3:38:49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사가 자회사를 통해 주택임대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보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정부는 장기임대주택 공급 기반 확대와 보험사 자산운용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지만, 업계에선 수익성과 전문성 한계로 규제 완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간편보험대리점 판매 상품 확대 △보험사 자회사 업무 범위 확대 △보험 민원 처리 효율화 등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오는 28일 공포된 이후 즉시 시행될 예정입니다. 
 
기존에 손해보험 상품만 판매할 수 있었던 간편손해보험대리점은 간편보험대리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생명보험과 제3보험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정비됐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용생명보험을, 요양병원에서는 낙상상해보험을 판매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보험 민원 처리도 간편한 구조로 손질됐습니다. 보험 관련 민원 접수 창구는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돼 공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민원 처리 전담 조직을 꾸려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 소지가 없는 단순 민원 처리를 직접 처리하고 결과를 공시하도록 개선됐습니다. 
 
보험사가 자회사를 영위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임대 업무가 추가됐습니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운용 창구가 늘어난 셈입니다. 
 
미래 보험계약자(고객)에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는 현재 들어온 보험료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단기투자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이 예측 가능한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그동안 보험업법 시행령 제49조(금지 또는 제한되는 자산운용) 1항에 따라 업무에 직접 필요한 부동산 외에는 보유·임대가 제한돼왔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민간임대사업도 취급할 수 없었습니다. 예외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치단체와 협력한 임대사업이나 서민 주거 안정 목적의 정책성 임대사업,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처럼 공익성이 짙은 입대사업의 경우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위 "보험사, 장기임대 공급자로 적합"
 
정부가 보험사에 자회사를 통한 임대주택사업 진출을 허용해준 것은 시장에 장기임대주택 공급 기반을 넓히려는 정책적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10년 이상 보유·임대가 가능한 장기임대는 민간임대로 취급하더라도 공공성을 내포하고 있어 정책적으로 공공임대 역할을 보완할 것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금융위는 이번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보험사가 장기투자성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장기임대주택의 규모 확대와 품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세열 금융위원회 보험과 사무관은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자로 보험회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공급자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며 "장기임대주택사업 공급을 늘려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제도 정비"라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에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장기 수익원 확보를 지원하고, 보험사의 장기자금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임대주택 공급에 투입하도록 유도해 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입니다. 
 
민간을 통한 임대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의 재정만으로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이유가 주효하게 작용했습니다. LH는 2000년대 들어서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빠르게 늘리며 주거 안정에 기여했으나, 최근 운용 비용의 누수가 우려되며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조승연 토지주택연구원(LHRI) 주택주거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LHRI 릴레이 정책 콘서트에서 "LH는 전체 공공임대 공급의 80~90%를 맡고 있으나 임대료 수익만으로는 각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보험사 "규제 풀려도 투자·운영 리스크 부담"
 
하지만 일각에선 장기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격이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민간 금융회사 자본으로 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도 이제 막 규제 완화를 인지했을 뿐, 실제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라도 무작정 사업을 준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보험업권 관계자는 "신사업 검토할 때 그쪽(주택임대사업)을 보고 있진 않다"며 "보험사들의 관심은 자본 관리에 관련된 것들인데, (주택임대사업은) 투자나 자본을 쓰는 것들이나 부채로 잡히는 거에서 유리할지 불리할지 판단이 안 될 테니까 그쪽을 쳐다보는 곳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부동산 임대 운영과 관리 등 주택임대사업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부동산 장기 보유와 운영에 따른 투자 리스크로 수익성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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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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