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자립’ 외친 중, 한 반도체 훈풍에 찬물

중, ‘제15차 5개년 계획’ 23일 통과
과학·기술 자립·자강 핵심 목표 설정
기술 추격과 대중 수출 '타격' 가능성

입력 : 2025-10-24 오후 2:54:13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2030년까지 과학기술 자립을 선언해 이 파장이 주목됩니다. 이미 현지 주요 반도체 기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국내 기업을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정부까지 기술 자립을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아울러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 역시 높은 만큼, 반도체 굴기가 속도를 낼 경우 매출 하락 역시 우려됩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슈퍼 사이클’의 호재를 기대하던 국내 반도체 시장에 중국의 자립 선언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한 셈입니다. 
 
24일(현지시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베이징에서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지도 원칙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이 향후 5개년 계획에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국 지도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논의하면서 △고품질 발전의 현저한 성과 △과학기술 자립 자강 수준 대폭 향상 등 7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 수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가하자, 중국도 반도체 굴기로 맞서는 것입니다. 이날도 지도부는 “우리나라 발전은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 도전이 병존하며 불확실성과 예측이 어려운 요소가 증가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지 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 IT 전문 매체 콰이커지에 따르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메타엑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술 자립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술 추격도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상적으로 한중 간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격차는 D램에서 2~3년, HBM에서 5~6년 수준으로 알려졌으나, 이 추세가 더 당겨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속도가 국내 기업의 제품 출시 속도를 앞지른다면 추격이 가능할 것”이라며 “격차가 더 단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기술 자립이 수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상반기 및 6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 수출액은 733억달러(약 105조1488억원)였으며, 이 중 중국(홍콩 포함)이 309억달러(약 44조3260억원)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HBM 수요가 높은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중요하다. 물량이 아닌 수익의 싸움”이라며 “다른 거래처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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