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데카콘(10조원 이상 몸값)을 목표로하는 무신사 기업공개(IPO) 주관 프레젠테이션(PT)에 미래에셋증권이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미래에셋증권은 무신사의 주관사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이 됐는데 PT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주관사 PT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인 만큼 사실상 미래에셋증권이 무신사 IPO 주관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무신사가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진행한 PT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가 직접 PT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김 대표는 부득이한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을 취소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김미섭 대표가 발표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일정상 PT를 진행하지 못해 이에 준하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PT에는 국내 증권사는 KB·한국투자·삼성·신한투자·하나증권이, 외국계는 골드만삭스·씨티·JP모건·모건스탠리·UBS 등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PT에서는 주관을 따내기 위해 대표이사급들까지 나섰습니다.
무신사가 원하는 몸값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미래에셋증권이 PT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무신사가 마지막으로 투자 유치를 받은 2023년 시리즈C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은 10조원 안팎입니다. 문제는 실적 대비 기업가치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점은 의미 있지만, 시가총액 2조원대의 이마트가 연매출 29조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조원 밸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을 맡아 상장을 추진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운영사 SSG닷컴이 무신사와 경쟁 기업이기 때문에 주관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시장에서는 SSG닷컴의 기업가치를 약 1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SSG닷컴은 당초 지난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상장이 무산된 상황입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어급 PT에 불참한 사례는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며 "통상 제안서상 밸류에이션은 발행사의 눈높이에 맞춰 쓰기도 하지만, 상장 준비 과정에서 시장 눈높이에 따라 유연하게 밸류에이션을 재조정하는 일은 흔한 일이기 때문에 제안서 제출 전에 PT를 포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내부 관계자는 "PT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한 만큼 무신사에서 원하는 다른 절차를 통해 협의했다"며 "주관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무신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표 일정을 이유로 PT를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미 주관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표님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무신사 IPO 주관 PT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논란이 되는 10조원 몸값을 두고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주관사 PT에 참석한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무신사는 뷰티 및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확장과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무신사의 브랜드 파워나 팬덤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 경우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