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속도전에 불붙은 TC본더 대전

한미반도체 아성에 한화세미텍·세메스 등 '도전'
하이닉스 TC본더 발주…삼성 조달 다변화 ‘관심’

입력 : 2025-10-24 오후 3:34:0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년 본격적인 도입을 앞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에 속도가 붙으며 반도체 장비 기업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습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구조로, 기존 메모리보다 높은 위치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제조 핵심 설비인 TC본더(열 압착 본딩 장비)의 역할도 커진 까닭입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SK하이닉스가 HBM4 실물을 전시했다. (사진=백아란기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달 중 TC본더 장비 발주에 나설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만큼 이번에 발주하게 될 TC본더 장비는 HBM4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HBM4는 내년 하반기 출시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된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권을 갖기 위한 장비업체 간 기술 경쟁 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 HBM 본더 시장은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 계열 반도체 장비회사 세메스와 한화세미텍에 이어 LG전자 생산기술원(PRI)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입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5월 발주에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와 각각 428억원, 39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조달처를 다변화하기도 했습니다. 
 
22일 개막한 'SEDEX 2025'에 참석한 한미반도체 부스. (사진=백아란기자)
 
세메스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소송 등으로 한미반도체와 거래를 끊었던 삼성전자의 행보도 주목됩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지난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2025’에 참석해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곽 회장은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열려 있다”며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시장 선점을 위한 장비 기업 간 전략은 다변화되는 모습입니다. 한미반도체는 HBM3보다 다이가 얇아지는 HBM4 사양을 고려한 ‘TC본더4’를 공개하며 고객사 확보에 나섰으며 한화세미텍은 내년 초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인 ‘SHB2 Nano’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세메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LG전자 생산기술원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술적 진화와 함께 본더 장비 시장 자체를 수조 원 규모로 재편하고, 차세대 메모리 패키징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TC본더 도입 대수를 논하는 것보다, 중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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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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