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영진약품, CB 상환 시한 임박…짙어지는 유동성 '빨간불'

다음달 303억원 규모 1회 CB 조기상환지급기일 도래
지난해부터 유동성 대체로 유동비율 악화 일조
보유 현금 웃도는 차입금 상환 부담 가중 우려

입력 : 2025-10-30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7: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영진약품(003520)이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 지급일 도래로 인한 유동비율 악화를 겪은 가운데, 조기상환 지급일이 1달 앞으로 다가왔다. 회사는 이미 보유 현금성 자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의 유동성장기차입금에 대한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주가의 흐름이 지속돼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사측의 부채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진약품 남양공장 전경(사진=영진약품)
 
1CB 유동성 대체로 유동비율 악화…조기상환지급기일 1달 앞으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이 지난 2023년 11월 발행한 303억원 규모 제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첫 조기상환지급기일이 오는 11월21일 도래한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2305원이다. 그간 영진약품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이 따로 없어 현재까지 동일한 전환가액을 유지하고 있다. 영진약품 최근 주가는 2050원 선에서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풋옵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B 발행 대상은 신한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다. 한달 후에도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주가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투자자들의 눈길은 풋옵션으로 쏠릴 수 있다.
 
이미 회사는 1회차 CB로 인해 유동비율이 악화된 상태다. 2022년 206%에 달했던 유동비율은 2023년 169%를 거쳐 2024년 108%까지 악화됐다. 올해 반기 말에는 122%로 집계됐다.
 
유동비율 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유동부채의 증가다. 특히 2024년 1회차 CB의 조기상환 청구일 도래로 인한 유동성 대체가 이뤄지면서 274억원 규모의 유동성전환사채가 유동부채로 계상, 전체 유동부채의 규모가 전년 대비 52.7% 증가했다. 올해 반기말 기준 유동성전환사채로 계상된 금액은 296억원이다.
 
 
 
유동성장기차입금, 현금 두배 이상…풋옵션 행사 여부에 '촉각'
 
뿐만 아니라 영진약품은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반기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없으나, 유동성장기차입금이 2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동일 시점 보유 현금성 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110억원으로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차입금 상환 계획을 살펴보면 영진약품은 지난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2025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325억원을 상환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25년도 반기보고서 내 영진약품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올 들어 6개월간 유동성장기차입금 125억원에 대한 상환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즉, 사측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남아 있는 6개월만 해도 상환 예정 금액이 200억원 남아있는 셈이다.
 
이 밖에 올해 반기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장기차입금은 200억원으로 집계된다. 다만 영진약품 유형자산의 일부가 장단기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돼 있으며, 담보설정금액은 756억원이다.
 
이처럼 차입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1회차 CB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현실화될 경우 만기 전 조기상환 부담까지 덮치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영진약품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진약품은 약 200여개의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생제 품목으로는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세파클러’, ‘세프타지딤’과 아목시실린 계열 항생제 ‘크라모넥스’ 등이 있다.
 
영진약품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2184억원, 2023년 2349억원, 2024년 2520억원으로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회사는 2023년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실현했고, 이듬해인 2024년 5년만에 당기순이익 흑자전환까지 성공했다. 여기엔 꾸준한 매출 성장과 제조원가 개선, 제품 중심의 영업활동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주효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에서 출발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4년 양수전환하며 217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올해 들어서도 회사는 상반기 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영업활동으로 인해 86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한편 영진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차입금 상환의 경우 언제든 여력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조금 곤란하다. 풋옵션 관련해서는 아직은 따로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재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