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G에코솔루션, 빚으로 빚 갚는 악순환…'1조원 부채의 덫'

KG모빌리티 BW 풋옵션 대응…단기차입 1600억원 확대
KG이니시스·KG지엔에스 등 계열사 자금까지 차입
현금창출력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입력 : 2025-11-03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30일 18: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KG에코솔루션(151860)이 빌린 돈으로 빌린 돈을 갚는 굴레에 깊이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유동부채 가운데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만 1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자회사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 부담이 불거지자, 회사는 금융기관과 그룹 계열사 양쪽에서 자금을 끌어와 유동성 방어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운영자금 조달이지만, 실제로는 상환 자금 확보 성격이 짙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차입에 치우친 부채 구조와 현금창출력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KG그룹)
 
계열사서 600억원·금융기관서 1600억원 차입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단기차입금 1600억원 증가는 KG에코솔루션의 자회사인 KG모빌리티(003620)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건이다. 공시상 ‘KG모빌리티의 단기차입금 증가결정’으로 명시돼 있으나, KG모빌리티가 KG에코솔루션의 연결 자회사인 만큼 해당 차입은 KG에코솔루션의 연결 재무제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번 결정을 통해 KG모빌리티의 단기차입금은 기존 9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KG에코솔루션 연결 기준으로도 단기성부채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자기자본 1조4205억원 대비 11.26% 수준이며, 회사 측은 ‘제122회 BW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상환자금 조달’을 차입 목적이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KG모빌리티의 단기차입금 중 금융기관 차입이 차입 전 900억원에서 차입 후 25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업어음(CP)이나 사모사채, 기타차입은 없으며, 순수하게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제122회 BW는 2023년 12월 발행된 사채로, 발행 당시 금액은 1505억원이었다. 본래 만기는 2028년 12월5일이지만, 투자자들이 보유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조기 상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는 구체적인 상환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남은 사채 잔액은 1435억원으로 나타난다. 회사는 풋옵션 행사 금액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별도 공시를 내지 않았다.
 
이번 단기차입 확대는 단기적 유동성 확보 조치로 해석된다. KG에코솔루션의 상반기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862억원, 단기금융상품은 423억원으로 총 3200억원 수준이다. 반면 단기차입금 4461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5546억원, 유동사채 1227억원, 유동전환사채 60억원 등 이자가 발생하는 유동부채가 총 1조1294억원에 달한다. 이자가 발생하는 단기부채가 현금성자산보다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G에코솔루션은 이달 초 그룹 내 계열사로부터도 자금을 차입했다. KG이니시스(035600)와 KG지엔에스로부터 각각 491억원, 100억원을 장기 차입했으며, 두 건 모두 만기가 2028년 10월17일로 3년 만기다. 금리는 각각 연 4%이며 상환방식은 만기일시상환이다.
 
두 건의 자금 용도는 모두 ‘운영자금’으로 기재됐지만, 회사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목적은 차입금 상환 대응으로 해석된다. 두 건 모두 기존 만기 차입의 연장 성격으로, KG그룹 내부에서 유동성을 재배분하는 구조다.
 
 
 
단기차입금 등 이자발생 단기부채 1조원 상회
 
이로써 KG에코솔루션은 이달에만 연결기준으로 약 2191억원 규모의 차입을 확보했다. 장기차입과 단기차입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됐고, 특히 단기차입의 경우 BW 풋옵션 대응과 맞물려 상환 자금 조달 압박이 커졌다.
 
현재 차입 구조를 보면,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유동사채 등 이자 발생 부채가 전체 부채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장기차입 비중이 낮아 만기구조 재조정이 시급하며,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KG에코솔루션의 이자비용은 400억원이 넘는다. 
 
결국 KG에코솔루션은 단기부채 상환 압박을 버티기 위해 자회사와 그룹 계열사, 외부 금융기관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중 조달 구조’를 택한 셈이다.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상환과 재조달이 반복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재무건전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KG에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단기부채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연결기준일 뿐 KG모빌리티 등 자회사 부채까지 포함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G지엔에스와 KG이니시스의 운영자금으로 조달한 자금은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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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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