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한 3600톤급 잠수함 '장영실함'이 시험운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최근 한국 사회에서 핵추진잠수함(SSN) 건조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디젤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시운전하고, 나아가 핵추진잠수함까지 건조하려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핵추진잠수함의 조기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대국 흉내를 낸다'거나 '너무 비싼 무기다'라는 식의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 논쟁이 아니라, 한반도의 생존과 자주국방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여러 차례 성공했으며, 곧 핵추진잠수함에 이를 실전 배치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가 하듯, 북한의 핵무장 잠수함이 출항할 때 이를 추적·감시해 수중에서 핵무기 발사를 억제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젤 잠수함은 수중 속력이 느리고 매일 축전지 충전을 위해 수면 근처로 부상해야 하므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는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SLBM 발사를 억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어 조치다. 즉, '핵에는 핵'의 대칭 보복 논리가 아니라, 수중 핵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억제 수단이다.
국민 여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일연구원이 2021년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5.2%가 핵추진잠수함 보유에 찬성했다. 국민이 정부보다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 강대국들의 해양 영토 확장 속에서 단지 외교적 수사나 동맹의 약속만으로는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스라엘의 자주국방 정책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주변국의 위협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네 차례의 중동전쟁을 치르며 언제든 멸망할 수 있다는 생존의 위기 속에서 '작지만 강한 나라(Small but Strong Nation)'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 핵무기 개발을 단행했고, 그 결과 지금은 중동의 어느 국가도 감히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위협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의 결단은 단순한 군사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잃었던 민족이 다시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생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사방이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국권을 상실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분단된 채 핵 위협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을 보장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이스라엘보다 경제력도 높고 기술력 또한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조선산업, 원자력기술, 잠수함 건조 능력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나라가 핵무기도 아닌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겠다는 것이 왜 사치인가. 그것은 '강대국 흉내'가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이 요구하는 21세기형 생존 전략이다.
자주국방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외부 침략으로부터 지킬 실질적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생존을 확보했고,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통해 해양 억제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는 전쟁을 부르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막는 길이다.
이스라엘은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다. 국토는 좁지만 주변 강대국보다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역시 인구와 국토는 작지만, 기술력·산업력·국민 결집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왜 필요한가'를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정치권과 국민이 대동단결해 추진하는 결단력이다.
이제 우리도 '작지만 강한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이스라엘의 교훈은 분명하다. 생존은 결심에서 시작되고, 억제력은 의지에서 완성된다. 핵추진잠수함은 한국 자주국방의 상징적 비수(匕首)이자, 한반도 평화를 지탱할 새로운 전략적 균형추다. 작지만 강한 나라, 스스로 지키는 대한민국.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자주국방의 길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