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법원은 6일 중앙정부(국가유산청)와의 협의 절차 없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한 서울시의회의 결정이 적법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개정안은 문화재 주변의 법정 보호구역 바깥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지을 경우엔 서울시청(또는 구청)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던 기존 조항을 삭제한 겁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날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국가유산청의 주된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각하했습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과 서울시의원 3일 서울시 중구 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3년 9월15일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5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이 조항은 원래 국가지정문화재의 법정 보호구역 바깥에서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해당 공사가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할 경우 서울시청이나 구청이 반드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치도록 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의회가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고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은 상위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 2023년 10월17일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유산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상위법령(문화유산법과 시행령)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에서의 지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사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해석되지 아니한다"며 "법령 우위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판시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예비적 청구도 기각됐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5월20일 문화재 보호 조례를 아예 삭제하고 대신 현행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현행 조례에 구 조례의 19조5항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점이 무효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국가유산청이 재의 요구 없이 현행 조례 무효를 구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국가유산청이 예비적으로 제기한 소송(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기존 조례를 폐지하고 새로 제정한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에 삭제된 19조 5항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무효라는 국가유산청의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국가유산청이 지방자치법에 따른 재의 요구 절차 없이 새 조례의 무효를 곧바로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 선고 후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내려 준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