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을 앞세워 글로벌 전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가스터빈 분야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거두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본사.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과 SMR 분야에서 연이어 성과를 내며 글로벌 전력 설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13일 미국의 한 빅테크 기업과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대형 가스터빈을 납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은 가스터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 종주국’이자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됩니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동안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 4개국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과점해왔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북미 수출 확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SMR 부문에서도 수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9월 미 최대 SMR 설계업체 뉴스케일파워가 추진 중인 37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튜브 등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원전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본계약이 체결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한국·미국·체코가 참여하는 ‘팀 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금액만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2026년부터 불가리아, 폴란드 등에서 미 웨스팅하우스가 추진할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자재 공급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수주 성과는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3조8804억원으로 같은 기간 14.3% 늘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수주 확대 추세를 반영해 연간 수주 가이던스도 기존 10조7154억원에서 13조~14조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주가 흐름도 가파르게 움직였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두산에너빌리티로, 시총이 11조2000억원에서 56조8000억원으로 405.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두산 에너빌리티 관계자는 “40년 동안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기기를 공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SMR 분야에서 ‘파운드리(제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준수해 고객 신뢰에 보답하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