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국이 국가 자금을 지원받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중국산 인공지능(AI) 칩만 사용하도록 조치하면서, 자국 반도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국산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료 50%를 감면하는 지원책도 펼치는 등 자국 칩의 낮은 전력 효율로 늘어난 운영 비용도 보전하고 나섰습니다.
미국과 중국 국기와 반도체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완공률이 30% 미만인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모든 외국산 칩을 제거하거나 구매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공정률이 30%가 넘는 데이터센터들은 개별 심사를 통해 외국산 칩 사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엔비디아, AMD, 인텔 등은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잃는 반면 중국 캠프리콘, 화웨이 등의 시장 점유율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는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서 외국 의존도를 탈피하려는 가장 공격적인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미국산 AI 칩에 대한 중국 제재는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였습니다. 지난 2023년 중국은 마이크론의 제품 사용을 금지 조치했고, 마이크론은 사업 여건 악화로 지난달 중국 서버 칩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중국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은 2022년 95%에서 현재 0%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중국 간쑤성, 구이저우성, 내몽골자치구 등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 지방정부가 중국산 AI 칩을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전기료를 절반까지 감면해주는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9월 중국 빅테크 기업에 엔비디아 칩 구매를 금지시키고, 중국 칩 제조사의 구매를 유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효율이 엔비디아의 칩에 비해 낮아 운영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자 에너지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 칩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입니다. 중국의 지원을 두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비용과 규제 측면에서 중국이 유리한 지점이 있다며 “중국에선 전기가 무료”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황 CEO는 지난달 말에도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 중국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AI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한다는 논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의 중국 수출 금지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황 CEO는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 제재에 중국이 맞불 작전을 놓으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속도도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도 늘어난다면 기술 격차가 훨씬 좁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의 기술 차이가 분명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산업 전반의 자립을 추진 중”이라며 “지금 같은 흐름이면 AI 칩에서 격차는 더 좁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