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 갈등 '봉합'…위기감이 부른 '착시'

지방선거 앞두고 '일시적 휴전'
언제든지 갈등 재점화 가능성

입력 : 2025-11-06 오후 5:57:1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최근 재판중지법 추진과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경선 배제) 등 잇단 논란으로 불거진 이른바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이 겉으로는 봉합 수순을 밟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당 내부 속사정은 정반대입니다. 완전한 갈등 해소가 아닌, 사실상 휴전 단계란 관측이 지배적인데요. 양측의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 위기감이 부른 착시 현상이란 평가입니다. 곳곳에선 여전히 명·청 갈등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언제든지 다시 명·청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정 엇박자→명·청 갈등 '부상'…일단은 봉합 '노력'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오는 10일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정 대표는 그동안 '3대(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엇박자가 거듭 노출됐는데요. 이로 인해 정 대표의 강경하고 속도감 있는 개혁 추진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중도 행보를 가린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최근에도 당정 갈등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재판중지법의 신속한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이 이를 공개적으로 멈춰 세우면서 당정 간 불협화음이 노출됐습니다. 당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을 향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높은 수위의 경고 메시지를 냈습니다. 또 최근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 결정을 내리면서 계파 갈등 논란도 확산됐습니다. 사실상 당정 갈등이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명·청 갈등 양상으로 번진 겁니다. 
 
다만 최근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명·청 갈등 논란을 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진행됐던 4일엔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과 태도도 역시 A급이었다"며 "후세에 역사가들은 이 대통령을, 과거를 청산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연 미래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또 같은 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이 대통령과 국회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갈등이 없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 대표의 측근 인사들도 "당정대 관계는 S급"이라며 당정 관계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재판중지법 철회 이후 민주당을 향한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강훈식 비서실장의 경고 메시지 이후 민주당을 향한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방선거 공천 땐 갈등 '최고조'…파열음 최소화 관건
 
명·청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일시적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오히려 향후 민주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 대표 입장에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연임에 성공하는 것이 정치적 목표이기 때문에 공천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공천 시즌에 양쪽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쥐고 민주당을 제어하는 모습이지만, 지방선거 때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정 대표에게 당내 모든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 대표는 공천 시기가 다가오기 전까진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공천 시기에 돌입하면 자신의 색깔을 내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명·청 갈등의 파열음을 얼마나 최소화하면서 지방선거 준비에 매진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당정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지지율 하락과 선거 전략 혼선 등 악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과거에도 당정 갈등의 수위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박근혜정부 때 실시된 2016년 총선에선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주도권을 쥐자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향한 '공천 살생부'까지 떠돌았습니다. '진박'(진짜 친박근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급기야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는 '옥새 파동'까지 불거졌습니다. 당정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시 총선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습니다. 
 
전임 윤석열정부 때 진행된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한 것도 윤석열씨와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당시 총선 패배 원인 등을 자체 분석한 백서에서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해 패배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명박정부 때 치러진 2012년 총선 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직접 이끌면서 승리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섰고,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물갈이했습니다. 자신의 측근 세력이 축출되고 있음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정 갈등을 최소화했고, 결국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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