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목표치 유지하지만…먹거리 체감물가 '살얼음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월간 2%대 물가상승률 유지
윤석열정부 대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체감 물가 여전히 높다는 분석
이상기후 여파, 식품 기업 가격 인상 움직임 등 물가 불안 요인 잔존

입력 : 2025-11-05 오후 5:12:38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수정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이래 물가가 수치상 일정 수준 안정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 정부가 초기부터 민생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천명한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매월 2%대를 기록하며 표면적으로는 목표치를 유지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서민들은 이 같은 수치 너머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상기후 여파가 일상화하면서 농축수산물의 가격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는 등 물가 불안을 증폭시킬 만한 문제들이 곳곳에 잔존해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표상 윤정부 시기 대비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지속
 
일단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소비자물가는 단순 수치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지난 3년간 이어졌던 윤석열정부 시기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한 모습입니다. 
 
5일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올해 6월 이후 소비자물가 변동률은 매월 2%대 초반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4% 상승했는데요. 
 
앞서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2.2%를 기록했고 이후 △7월 2.1% △8월 1.7% △9월 2.1%로 8월을 제외하면 줄곧 2%대를 유지해왔습니다. 8월의 경우 해킹 피해로 고객 정보를 유출한 SK텔레콤이 통신 요금을 감면함에 따라 휴대전화 요금이 1년 전 대비 21% 낮아진 점이 반영됐는데요. 이 같은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8월 역시 2%대를 기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윤석열정부 연간 및 이재명정부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비교 인포그래픽. (출처=국가데이터처, 제작=뉴스토마토)
 
반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윤석열정부 시기의 물가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2022년 5.1%로 시작한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3년 3.6%, 2024년 2.3%를 기록했고, 이를 평균하면 3.7%에 달하는데요. 
 
물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통계 표본이 적은 만큼, 최근 월간 상승률을 윤정부 시기의 연평균 통계와 직접적으로 대응시키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때 아직까지는 윤정부의 물가상승률이 대체로 더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차이는 윤정부 시기 먹거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신선식품의 물가가 급등한 탓이 큽니다. 실제로 이 기간 신선식품지수는 2022년 5.4%, 2023년 6.8%, 2024년 9.8%로 매년 급등세를 이어왔습니다. 작황 악화로 신선식품의 수급 불안정이 나날이 커지는 데 반해, 윤정부의 대응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승세를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먹거리 중심 여전히 높은 체감물가…서민 부담 가중
 
이처럼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유지는 일견 안정적 수준으로 해석되지만 현장 상황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주요 신선식품의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5일 기준 쌀(상품 등급) 20㎏ 도매가격은 6만860원으로 1년 전 4만7920원 대비 27%나 뛰었습니다. 이는 평년(5만1495원) 대비로도 1만원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적상추 가격은 20㎏이 4만280원으로 1년 전 3만8460원보다 4.73% 올랐는데요. 평년(1만8329원) 대비로는 무려 2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또 풋고추는 10㎏ 도매가가 8만7000원으로 1년 전 6만8304원보다 30.25% 뛰었고, 배추는 10㎏가 1만1660원으로 전년(1만1582원)과는 비슷했지만 평년(8738원)보다는 33.44% 급등했습니다. 
 
이는 올 여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 심화로 신선식품 작황이 나빠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게다가 여름휴가 시즌부터 추석 연휴까지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가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면서, 이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점도 물가 불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축산물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달 4일 기준 한우 안심 1등급의 평균 소매가격은 100g이 1만1630원으로 전년 동기(1만903원) 대비 6.67% 상승했습니다. 또 돼지고기도 앞다리살이 100g에 1551원으로 전년(1414원)에 비해 9.69% 올랐습니다. 이들 품목의 경우 재고량이 감소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이 같은 먹거리 물가 상승에는 이상기후와 같은 불가항력적 요인뿐 아니라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가공식품의 가격은 물론, 외식 물가까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전년 대비 3.5%, 3% 오르며 전체 물가(2.4%)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전체 물가를 0.32%포인트나 끌어올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지표상 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서 유지된다는 점은 정부의 목표치에 부합하는 안정적 수준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서민들이 직감하는 식료품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소득의 증가 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먹거리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방법으론 국내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과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농산물 수급 구조상 생산자는 영세한 반면, 도매업자들은 덩치가 큰 편이라 힘이 쏠려있다"며 "그러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붙는 수수료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구매 수요가 많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 구조 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급 품종 다변화 등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쌀 상품들.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수정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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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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