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 빅3(토요타·폭스바겐·현대차그룹)의 올 1~3분기 수익성이 동반 악화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모든 업체가 타격을 입었지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폭스바겐의 추락이 특히 두드러지면서 현대차에게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독일을 대표하는 완성차 3사의 올해 1~3분기 실적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관세 부담 증가와 시장 환경 악화가 맞물리면서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1~3분기 합산 매출 225조469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판매량도 548만대로 1.5% 늘어나며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7조81억원에 그쳐 같은 기간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 관세입니다. 미국 시장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불가피한 손실이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단기간에 관세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토요타 역시 관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올 1~3분기 매출은 36조9939억엔(약 347조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조1217억엔(약 29조3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습니다. 판매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폭스바겐입니다. 1~3분기 매출은 2373억유로(약 395조원)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수익성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억유로(약 9조원)로 전년 대비 58%나 급감했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 5월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개최한 대형 SUV ‘신형 아틀라스’ 출시 행사에서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폭스바겐의 제품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의 실적 악화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미국 관세 부담에 더해 포르쉐의 제품 전략 재조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포르쉐는 글로벌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부진과 비용 압박이 겹치며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수 판매가 부진했고, 이는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그룹은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했음에도 폭스바겐과의 수익성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영업이익률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7.5%를 기록한 반면, 폭스바겐은 2%대 초반에 그치며 격차가 뚜렷해졌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을 꾸준히 높였기 때문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독립시켜 고급차 시장에 안착시켰고, 현대차와 기아도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같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고수익 모델 라인업을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대신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이 같은 추세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관세가 기존 0%에서 15%로 증가한 상황에서 수익성 압박은 지속될 것이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