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당정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당초 정부 제시안보다 상향 조정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이 산업 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주차장 내 전기차충전소에서 전기차량이 충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정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는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50~60%’ 보다 시민사회가 요구한 ‘53~60%’ 안을 더 반영해 상한선을 1%포인트 높인 것입니다.
이번 결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며, 더욱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수송 부문의 급격한 전환이 요구됩니다.
완성차업계는 특히 하한이 50%가 아닌 53%로 설정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목표가 사실상 내연기관차의 조기 퇴출을 의미하며, 급격한 전환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8~65% 감축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이 중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누적 등록대수를 840만~980만대로, 전체 등록 비중으로는 30~35% 수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자동차업계는 높아진 NDC에 수반된 이러한 무공해차 판매 목표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남짓한 기간에 전체 차량의 3분의 1을 무공해차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지난 3일 2035 NDC의 현실적 조정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습니다. 건의문을 통해 정부의 NDC 계획 수정과 실질적인 산업 전환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내연기관차의 전면 퇴출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현장 현실과 괴리된 탁상 목표”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무공해차 판매 목표는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가 전제돼야 하며, 이는 부품업계의 구조조정과 고용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국내 부품업체의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며 매출액 중 미래차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86.5%에 달합니다. 내연기관 부품 제조업체들이 집중된 협력업체 생태계가 붕괴될 경우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차보다 부품 수가 30%가 적기 때문에, 생산 인력이 불필요하다”며 “결국 고용이 위축되거나 축소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고용보장, 일자리 전환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노동계 역시 같은 입장입니다. 한국노총 소속의 금속노련은 정부가 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감축 목표만 높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시장 수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산업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에 잠식될 위험도 높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배터리 기술과 생산 규모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격 면에서도 한국 제품보다 저렴한 차량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