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의 여진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항명은 '검란'으로 비화되고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까지 거론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경제 행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정작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검찰의 항명을 '선택적' 행보로 보고 격앙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무회의 전 과정 '생중계'…정책 이슈 '맞대응'
이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경제 민생 회복의 불씨를 더욱 키워야 한다"면서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총집중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관세 협상이라고 하는 큰 산을 넘었지만 많은 우리 앞에 많은 과제들이 여전히 놓여 있다"며 "특히 대내외 파고에 맞서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다 강화하고 국민경제에 지속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더 튼튼하게 구축해야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날 국무회의는 기획재정부의 2026년 경제성장 전략 초안을 시작으로 토의에 들어갔는데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금 더 힘을 내면 올해 연간으로 1% 내외 성장도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중요한 건 결국 민생이고, 민생의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다.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물가 안정과 관련해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관계 부처가 발표한 유통 구조 개선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소위 슈링크 플레이션(제품가는 그대로 두고 수량 등을 줄여 판매하는 것) 같은 꼼수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되겠다"고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물가 담합 점검 현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 대통령은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제 등 혜택 강화안을 마련해달라"며 코스피 상승의 동력 확보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전날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도 있었지만,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과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도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은 민주주의와 일상을 위협하는 행위로 추방해야 할 범죄"라며 엄중 처벌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되레 이날 국무회의는 모두발언과 현안 토의, 부처 보고 외에도 일반 안건과 보고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전 과정까지 최초로 생중계됐습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이슈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정책 현안' 띄우기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입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한 입장 없다"…'불쾌' 기류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반발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야권이 제기하는 대통령실 개입설에 대해서는 "야당이 제기한 정치적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실 출입 기자가 묻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답하며 민감하게 대응했습니다. 대통령실이 '후보고'를 받았음에도, 개입설이 제기되는 것에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입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입장"이라며 "사안마다 대통령실이 반응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다소 격앙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항소 포기에) 관심을 둘 만큼 한가하지 않다", "(검찰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려는 시도가 있더라도, 굳이 거기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반적 분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