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에 발목이 잡히면서 올해 배당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에 머물러 주주 환원이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 의견입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할 때 돌려줄 환급금을 미리 적립해두는 준비금입니다. 적립 규모가 커질수록 회계상 이익이 감소해 배당 여력도 제한됩니다. 제도가 개선될 경우 보험사가 적립해야 하는 준비금 부담이 완화되면서 배당 여력이 확대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을 시행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크게 늘어 역대급 실적을 내도 배당을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라며 "보험사도 주주에 충분히 환원해야 기업가치가 오르는데 환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기존에는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190%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에 한해 준비금을 80%만 적립할 수 있었지만, 킥스 기준을 170% 이상으로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기에 보험사 킥스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완화된 기준을 충족하는 보험사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들이 킥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분기 기준 킥스가 170%를 넘지 못한 보험사는 △IBK연금보험 138.36% △iM라이프 95.07% △KDB생명 43.32% △푸본현대생명 -10.13% 등입니다. 규모가 큰 보험사인 △DB생명 166.89% △
한화생명(088350) 160.02% △교보생명 152.74% 등도 기준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보험사들은 배당 여력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업계는 4분기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연내 관련 규제가 완화돼야 내년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부담으로 배당을 못 한 지 오래됐다"며 "올해도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대부분 보험사들이 배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연내 규제가 완화돼야 내년 배당 여력이 확보되기 때문에 완화가 시급하다"며 "현행 그대로 간다면 대형사라도 배당이 힘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0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