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약진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누적 계약 규모가 18조원을 넘어섰습니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기술이전 계약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올해 누적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18조1110억원에 이릅니다. 이는 종전 최대 실적이던 2021년 13조8047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죠.
특히 신약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시장 확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과 달리 플랫폼 기술은 독점계약을 제외하고는 계약 당사자 이외의 다른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재차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중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2건의 조 단위 플랫폼 기술이전에 성공하며 기술수출 호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와 이중항체 약물전달 플랫폼인 그랩바디-B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약 585억원(4000만달러)을 미국 반독점개선법 등의 행정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수령할 예정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외에도 개발,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 등으로 최대 약 3조7487억원(25억6200만달러)을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며, 제품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지급받게 됩니다. 이번 계약으로 양사는 그랩바디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죠.
그랩바디 플랫폼의 사업화 잠재력은 앞서 GSK와 4조1000억원대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에서도 확인했는데요. 지난 4월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신증권 이희영 연구원은 "릴리는 알츠하이머와 비만치료제 시장을 동시에 선도하는 클로벌 핵심 플레이어로, 이번 파트너쉽의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계약은 릴리의 주력 분야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뿐 아니라, 향후 비만, 근육질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향후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과 초기 데이터 확보 시점에 따라 그랩바디-B 플랫폼의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에이비엘바이오 기업 가치의 중장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기술이전에 앞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한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이전에 앞서 체결하는 기술평가 계약은 신약 개발, 바이오 기술, 임상 데이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술의 가치와 상업화 가능성을 산정하는 과정입니다.
펩트론(087010)은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 개발을 목적으로 스마트데포의 기술성 평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술 평가 기간은 14개월로 다음 달까지 공동 연구를 마친 뒤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스마트데포는 펩트론의 독자적인 약효 지속성 약물전달 기술로 생분해성 고분자에 약물을 미세입자 형태로 코팅해 약물을 체내에 서서히 방출시켜 한 번의 주사로 약효를 최대 수개월 동안 유지하도록 설계된 기술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