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금융당국 내부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 등은 집중 점검 기관으로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정권 출범 이후 첫 조직개편과 임직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TF 조사가 인사 폭과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 시절 주요 인사 타깃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TF의 조사 대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담의 정도에 대한 기준이 어떨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금감원은 비상계엄 결정 전후의 과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덜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앞서 내란 가담 의혹이 제기된 △합동참모본부 △검찰 △경찰 △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기관으로 지정해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복심'으로 불린 검사 출신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근무한 금감원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전 원장은 2006년부터 윤석열씨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비롯해, 론스타 헐값 매각, 한화 비자금, 등 굵직 굵직한 사건을 함께하며 신임을 얻었고,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금감원장에 취임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비상계엄 직전후 강한 색깔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도 국·실장급 인사를 대폭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실시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 때는 금감원장의 임기가 반년이 채 남지 않은 시기였는데요. 이 전 원장은 본부 및 지원부서 부서장 보직자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고, 본부 부서장들은 절반 이상을 신규 승진자로 발탁했습니다.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국회 지적도 이미 나왔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서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후, 탄핵 가결도 전인 극도의 혼란 상태에서 이렇게 대규모 인사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며 "대단히 이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적절한 인사 조치였다"고 반박했습니다.
비상계엄이 발생한 당일 이 전 원장이 갑자기 조퇴한 부분도 주목받았습니다. 국회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계엄 당일 독일 금융감독원 감독국 부원장과의 미팅 등 사전 일정을 취소하고 조퇴했는데, 이날 벌어질 비상계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입니다. 이 전 원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조퇴를 한 것"이라며 사전 인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정부가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사 규모 커질지 긴장감
이복현 체제의 금감원은 권력형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늑장·부실 수사 책임론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나 삼부토건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역할을 피해갔다는 지적인데요. 전 정부와의 인연으로 금감원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를 키워드로 한 조직개편을 내달까지 완료하고, 이후 임원 인사와 국장급 이하 정기 인사를 단행할 계획입니다. 이재명정부의 초대 수장인 이찬진 원장이 조직 안정을 위해 '소폭 인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내란 TF의 조사 여파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인사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전 정권에서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다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인사 적체를 해소해야 내부 승진이 많아지고 파견 인원이 복귀할 수 있다는 속마음도 있겠지만, 전임 체제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TF는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내달 12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는데요. 익명 투서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권 교체된 이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전 정권의 수혜를 입었다는 구설수는 '결정적 한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분리될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내부 불만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고위직 인사를 끝낸 상태라 상대적으로 근심이 덜한 편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김병환 전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 통보를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박민우 자본시장국장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안창국 금융산업국장을 금융위 상임위원에 각각 승진 임명하며 1급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금융정책국장·금융산업국장·자본시장국장 등 국장급과 자산운용과·금융안전과·보험과 등 과장급 후속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내란 가담 이력을 조사해 책임을 묻는 조치가 진행될 경우 연말 인사 방향이 어떻게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정책이나 규제가 이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내란과는 관계 없어 큰 파장이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식의 인사·조사가 좋게 끝난 사례를 못 봤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는 하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한 가운데 일선 부처는 불안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