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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5일 11:1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변곡점을 맞았다. 2021년까지 이어진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이어졌지만, 2023년 이후 금리 상승과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겹치며 회수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VC들은 글로벌 펀드 플랫폼 구축과 세컨더리 펀드 결성 등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 계열 VC들은 안정적인 출자금 확보와 금융 생태계 시너지를 바탕으로 대형 펀드 결성에 나서고 있다. 단기 실적은 악화됐지만 모기업의 자본력을 기반으로 중·장기 운용 전략을 펼치며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금융그룹 계열 VC들의 현황과 전략을 짚어보고, 벤처투자 산업의 재편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벤처투자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독립계 벤처캐피탈(VC) 업계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VC의 안정적인 확장 속에서 독립계 VC 내부에선 상위권과 중견 VC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딥테크 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대형 독립 VC들은 빠르게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일부 중견 VC들은 펀드 결성 부진에 따른 투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IMM인베스트먼트)
벤처펀드 대형화에 중소형 VC 어려움 '가중'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벤처투자 금액은 9조7780억원,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9조721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클로징한 펀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IMM인베스트먼트의 ‘아이엠엠Growth벤처펀드제2호’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적극적인 바이오·AI·스케일업 투자 전략으로 국내 주요 출자자(LP)이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3000억원 이상의 펀드결성 조건을 내건 산업은행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이후, 국내 주요 공제회와 연기금 출자를 싹쓸이하면서 ‘아이엠엠Growth벤처펀드제2호’를 올해 3815억원 규모로 완료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디에스씨홈런펀드제2호(2840억원)’, LB인베스트먼트는 ‘LB넥스트퓨처펀드(3030억원)’를 조성했다. 인터베스트 역시 ‘2024IBK혁신성장-인터베스트딥테크투자조합II(2000억원)’을 만들었고, 스틱벤처스는 ‘스타트업코리아IBK-스틱테크챔피언펀드(1741억원)로 다수의 VC가 1000억원이 넘는 대형 벤처펀드를 연달아 결성했다.
다만 VC 업계선 대형 벤처펀드가 등장하는 동안 금융계열 VC 자회사 설립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오면서 중소형 하우스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평가한다. 출자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 LP 입장에선 안정적인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대형 하우스에 자금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립계 VC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기금·공제회서 출자는 고사하고 민간 자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중소형 VC들은 펀드 결성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벤처펀드가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서 적지 않은 VC들이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부 중견 VC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투자금액 기준 상위권에 포진하던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SV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등 중견 VC들의 투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 축소됐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700억원대에서 400억원대로, SV인베스트먼트와 스틱벤처는 각각 5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투자규모가 감소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경우엔 700억원 이상이던 투자금이 올 상반기 200억원대로 줄었다.
반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상반기 1359억원을 집행하며 업계 1위를 줄곧 지켜왔던 한국투자파트너스(1298억원)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우리벤처파트너스(917억원), KB인베스트먼트(847억원), 신한벤처투자(709억원) 등 금융지주 계열 VC들이 안정적인 자금력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동안 일부 중견 규모의 독립계 VC들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민간 출자 비중 역대 최고…중소형 VC 회복 기대감
올해부터 AI·딥테크 분야 투자 급증이 독립계 VC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VC들이 기댈 수 있는 민간 출자 비중도 올해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에 달했다.
최근 몇 년간 독립계 VC는 2021년 벤처투자 붐이 정점을 찍은 이후 금리 급등·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이 이어지면서 펀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독립계는 펀드 결성 난항으로 신규 펀드 결성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벤처투자 금액은 2021년 15.9조원에서 2022년 12.47조원, 2023년 10.9조원으로 감소를 지속하다 지난해 11.9조원으로 반등을 시작해 올해 3분기(9.8조원)까지 반등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민간 출자자 참여 비중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2025년 1~3분기 벤처펀드 결성 규모는 9.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상승했고, 민간 출자 비중은 83.4%(8조108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9%(6조2938억원)를 넘어섰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가동으로 본격적인 회복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민간부문의 출자 규모 확대와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금융 확대가 이어지면서 내년엔 AI 부문을 중심으로 펀드레이징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금융지주 VC 계열사들이 그룹 출자 기반의 펀드 조성과 위험가중자산(RWA) 조정 등 규제 완화 기조까지 더해지며 성장 드라이브를 지속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중소 규모의 독립계 VC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