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업계 자본조달 방식이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쏠리고 고착화되는 가운데, 신사업이나 글로벌 진출 등 수익을 견인하려면 발행금리 등 비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본성증권에 편중되기보다 자본조달 다각화를 이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자본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후순위 채권 등 회계상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입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감독당국의 자본규제 강화에 대응해 재무건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발행하며,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관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5일 예탁결제원·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행된 자본성증권은 8조8370억원(후순위 외화채 포함)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인 8조665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 직전인 2023년만 하더라도 3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자본성증권 발행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발행량을 자랑하게 됐습니다. 흥국생명이 내달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예정한 대로 발행한다면, 올해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9조원을 웃돌 전망입니다.
자본성증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보험사는 약 2조300억원 규모를 발행한 한화생명입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월 6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6월에 약 1조4300억원(10억달러) 규모 후순위 외화채권을 각각 발행했습니다.
보험업계 최초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주목받았던 DB손해보험도 국내에서만 1조667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최근엔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동양생명은 약 7000억원(5억달러)의 외화채권과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미래에셋생명과 메리츠화재는 지난달에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준금리 인하기와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때에는 자본성증권을 통한 자본조달이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보험사는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밴드(등락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쓰는 자본조달 비용도 기본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보험사들은 보험 부채를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결산 시점의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으로 인해 자본확충과 건전성 방어를 위해 자본성증권을 택했는데요. 시장금리 변동이 부채 규모에 직접 반영돼 자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까지 높아지고 이자율 변동성은 더욱 확대돼 비용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보험사 자본성증권 발행금리는 국고채 5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됩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지난 3월 2.65%에서 최근 2.72%까지 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평균 발행 금리는 5.59%로 당해 평균 운용자산이익률 3.16%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올해 평균 발행 금리는 4.41%로 시장금리 하락 영향을 받으면서 전년보다는 낮아졌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실제 흥국생명은 이달 중에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가 이를 다음달로 미뤘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고려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고채 금리 상승 신호가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이 발행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을 우려해 시기를 늦춘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신사업,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경영 전략을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자본성증권 외에도 다양한 자본조달이 동반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보험연구원은 "법률상 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기업어음 발행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이 허용됨에도 보험사는 자본조달 비용이 높은 자본성증권에 의존하고 기타 수단의 활용은 제한적 수준에 그친다"며 "보험사가 중장기적 경영 목적의 자금 수요가 있음에도, 현행법상 채권 발행 목적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필요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고 기존 사업을 혁신하거나 확장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성증권 발행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사가 돈을 빌릴 수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규제들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규제들에 대해 한 번 더 검토해서 해외 진출 등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챗GPT)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