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위축론 근거 약해…"의무공개매수 도입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26일 세미나 개최
주주 평등원칙 강화 필요성 부각…'경영권 고정 관념'이 논의 막아
지배권 프리미엄 자연 하락…인수 비용 급등 우려와 달라

입력 : 2025-11-26 오후 4:31:33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둘러싼 인수 비용 급증 우려와 달리, 지배권 프리미엄은 고정된 값이 아니라 제도 환경에 따라 변동하며 제도 도입 시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해외 사례에서는 의무공개매수 발동 지분율 이상의 거래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고, 블록딜 이후 최종 지분율 감소 폭도 평균 2% 안팎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인수합병(M&A) 위축론'의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입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여의도 전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개최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가져올 기업인수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 발제를 통해 "지배권 프리미엄이 고정돼 있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자가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상장사 주식을 취득할 때 잔여 일반주주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주주 평등 대우의 원칙 구현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안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되면서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옵니다. 그러나 재계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대해 지배권 프리미엄을 기존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일반주주에게도 지급하면 인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 필요한 인수도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냅니다.
 
기업의 인수 비용 증가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지배권 프리미엄은 상수가 아니라 제도적인 환경이 변하면 분명히 변한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지배권 프리미엄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수자와 기존 지배주주 모두 지배권 프리미엄을 낮출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국가의 지배권 프리미엄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도입 후에 지배권 프리미엄이 낮아진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인수자는 지배권 프리미엄을 낮추지 못하면 인수 후 보유 주식가치보다 인수 비용이 높아져 이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기존 지배주주 역시 높은 프리미엄을 고집하고 낮추지 않으면 인수자가 없어 매각 자체가 불발된다"며 "따라서 지배권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일반주주의 공개매수 제의 청약 자체가 줄어들 수 있고, 우려만큼 인수 비용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해외 사례에서도 공개매수 발동 지분율 이상의 거래가 위축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된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배주주 지분 인수 후 일반주주 공개매수 제의 방식의 두 단계 매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공개매수 제의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의무매수제가 발동되는 지분율을 넘는 거래 비중이 제도 도입 이후에도 감소하지 않았다"며 "블록딜 이후 최종 지분율도 평균 2.8%만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인수자들이 지배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지분 매입을 지속하고 있어, 업계가 제기해온 'M&A 위축론'은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어진 발제에서 전종언 홍콩 마이알파매니지먼트 한국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당연히 주가가 오름에도 이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바로 경영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회사 운영을 잘하고, 주가가 오르면 애초에 M&A 제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대표는 또 "경영권에 대한 한국의 시각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많이 다르다”며 “경영진의 지분이 100%라면 회사를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지분이 20~30%인 상장회사임에도 경영권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상장회사의 경영권은 상속된 특권이 아니라 모든 주주를 대표하도록 선출된 독립 이사회로부터 부여받는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최근 스웨덴 투자회사 EQT가 더존비즈온의 지배주주 지분 23%와 SPC 지분 14%를 27%의 프리미엄 가격에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에는 현재 의무공개매수 관련해 다수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인수자가 주권상장법인 등의 100분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일정 수 이상의 주식을 추가로 의무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 안은 상장사 주식의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50%+1주' 이상에 대해 매수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안은 '100%' 매수를 의무화하는 등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여의도 전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개최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가져올 기업인수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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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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