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0% 수준으로 동결했습니다.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집값 오름세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였는지 확인할 시간이 더 필요하고, 1470원을 넘어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금리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현재 부동산시장 불안이 아직 잡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최근 상승 폭을 키우고 있기 떄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 올랐습니다. 직전 주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지난 4주간 상승 폭이 감소된 이후 다시 반등하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창용 총재도 주택시장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통화정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치솟는 환율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21일 장중 1476원을 기록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1480원대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서울 집값 상승이 여전히 강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 금융 안정 차원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울러 내달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을 알렸습니다. 이후 바로 다음 달에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2·5월 두 차례 인하로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것입니다. 하지만 금통위는 환율과 집값 등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고조되자 하반기 들어 인하 행렬을 멈추고 7·8·10·11월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