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반도체 경쟁…‘인재 유출’ 두고 소송전 격화

TSMC, 인텔로 이직한 전 임원에 소송
대만 검찰 압수수색…인텔은 혐의 부인
한국도 유출 사례 계속돼…보완책 절실

입력 : 2025-11-28 오후 2:44:5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가 인텔로 이직한 전직 임원을 기술 유출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인텔이 이를 부인하는 등 두 회사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칩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심해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기술·인재 유출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사진=인텔).
 
TSMC는 최근, 지난 7월 말 퇴직한 이후 인텔로 이직한 로 웨이젠 전 수석부사장에 대해 영업비밀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만 지적재산권법원과 상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TSMC 측은 “(로 부사장이) TSMC의 영업기밀을 인텔에 사용하거나 유출·공개·이전할 가능성이 높아 법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로 전 부사장은 지난 2004년 TSMC에 입사해 5나노, 2나노 등 첨단 공정 양산을 이끌며 지난해 3월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는 퇴직 이후 학계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사측에 말했지만, 이와 달리 지난달 인텔의 집행부사장으로 영입됐다고 TSMC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만 검찰은 27일 로 부사장의 타이베이와 신주현 자택을 압수수색 했고, 법원은 로의 주식과 부동산 압류도 승인했습니다. 대만 검찰은 “국가 핵심 기술의 영업비밀을 보호해 산업 경쟁력을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텔은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모든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그와 관련한 의혹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관련 의혹에 대해 “인텔은 지적재산권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인텔은 1.8나노(18A) 공정으로 최신 노트북 프로세서인 ‘팬서 레이크’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AI 발전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술 유출과 인재 이동의 파급효과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는 계속돼 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유출로 국내 산업에 미친 피해액은 약 23조원으로 추산됩니다. 경찰이 지난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례 27건 중 9건이 반도체 기술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 전직 임원이 구속기소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약 4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가핵심기술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에만 수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다 보니 업계에서도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특히 인재가 유출되면서 기술 유출이 함께 일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대만·중국 등은 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 중형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기술 유출로 수십조의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양형 강화 등 기술유출 예방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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