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 1호'는 AI 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AI 학습 데이터 활용부터 자율주행 실증, 데이터센터 인허가, 안전 기준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AI 산업을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의지와 함께 AI 투자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관련 규제를 신속히 걷어낼수록 국내외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연구개발(R&D) 확대가 촉진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인허가 간소화와 전력 공급 제도 개선은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AI 연산 자원 확충도 가능하게 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AI 모델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가속은 민간기업들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는 원천이 될 전망입니다. 자율주행·로봇 실증 확대, 안전 규범 명확화 등 신기술 실험, 상용화 환경 조성도 혁신 생태계 구축에 있어 핵심 과제로 지목됩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의 AI 투자 확대에 비견할 만한 국내 투자 확대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로 판단됩니다. 최근 불고 있는 AI 기술 투자 광풍은 글로벌 경제 지형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관세 충격 이후 하락했던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반등한 배경에는 AI 관련 설비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JP모건 분석을 보면, 올 상반기 AI 관련 자본지출이 GDP 성장에 1.1%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 분석(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새뮤얼 툼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에서는 AI 관련 투자가 상반기 GDP 성장의 약 0.5%포인트를 끌어올렸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에서도 상반기 AI 관련 기술·인프라 투자와 순수출이 총 0.34%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를 보였다는 판단입니다.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은 연율화 기준 약 1.57%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AI 기여도 추정치는 분석 기관·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AI가 미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 일대에서 열린 제8회 양재 말죽거리 축제에 인공지능(AI) 로봇 말이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이퍼스케일러라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상반기에만 설비투자 175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민간 고정투자 증가분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투자 확대가 반드시 미국 내 부가가치 창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AI 관련 장비와 부품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체감의 경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 급증도 AI 인프라 구축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 투자 둔화세를 예상하는 관측도 상당합니다.
결국 AI 투자 그 자체보다는 AI 관련 기업 주식시장의 활황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경제 뒷받침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주가 조정에 따라 경제 성장 모멘텀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 AI 투자 확대가 가져올 긍정적 신호와 리스크는 한국 경제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미 AI 산업 투자가 늘면 관련 장비, 반도체, 통신장비 등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합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반도체를 비롯해 정보통신(IT)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야 기회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AI 관련 수출 확대와 산업 고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죠. 또 미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투자 확대는 한국 기업에도 협력과 기술 혁신, 해외 진출 확대라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과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 사례처럼 AI 설비 투자에서 해외 수입 의존도가 크면 한국이 단순히 부품 공급처 역할에 머물 가능성도 큽니다. 완제품 수출이 늘더라도 국내에서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따릅니다. 때문에 국내 AI·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품·소재 국산화와 R&D 투자를 강화해야 할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이 공장을 자율 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간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의 심화도 한국으로서는 불안정성에 직면할 리스크 요인입니다. 미 AI·첨단기술 분야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 중국과의 마찰이 커지면 한국 기업의 대외 무역 환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 AI 투자 광풍은 한국 반도체 수출에 대한 단기적 풍요와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요구하는 희비를 안고 있습니다. AI 혁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AI 혁신의 바람은 이미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예고하며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AI 투자 광풍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새롭게 그려낼 전략 무기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찬란한 불빛 뒤에 잠복한 그림자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선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신중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정부는 이 광풍이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규제 혁파를 발판 삼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도전적 혁신과 신중한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격투경기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