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반도체 기판의 핵심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등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부품업계의 원가 부담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CCL 가격 상승에도 부품업계는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타격이 적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키워가겠다는 방침입니다.
LG이노텍이 생산하는 무선주파수-시스템인패키지(RF-SiP) 기판. (사진=LG이노텍).
1일 업계에 따르면 기판 소재 원재료인 CCL은 올해 3분기 두 자릿수 가격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기판 소재 원재료인 CCL 평균가격은 지난해 대비 각각 15.7%, 12% 올랐습니다.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인 CCL은 절연체 위에 동박을 양면에 적층한 복합 재료로, 전기적 연결과 절연, 지지 역할을 수행합니다. 온도가 올라도 기판이 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만큼 기판의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부품입니다.
AI 특수로 CCL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업체들도 호황을 기록 중입니다. 두산 전자비즈니스그룹(BG)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1조31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 매출 1조72억원을 돌파한 수치입니다.
다만 부품업계는 CCL 가격 상승에도 타격이 덜하다는 입장입니다. CCL과 동일하게 AI 훈풍을 맞아 호실적을 기록한 덕분입니다.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한 59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서버용 플립칩-볼그리레이드어레이(FC-BGA)와 메모리용 BGA 공급을 확대했습니다.
LG이노텍도 기판소재사업부 올해 3분기 매출이 43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상승했습니다. 모바일 신모델 양산 본격화로 무선주파수-시스템인패키지(RF-SiP) 기판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판의 공급이 확대된 덕분입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면적이 크고, 충수가 많아진 서버용 FC-BGA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기판 사업은 더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이에 삼성전기는 내년까지 고부가가치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LG이노텍도 내년 서버용 FC-BGA를 양산할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CCL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공정 효율화로 제작 단가를 낮추거나 고부가 제품 생산하는 등 수익성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부품업계는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의 핵심 소재 ‘글라스코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글라스코어 제조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버용 기판의 경우, 기판 사이즈도 커지고 층수도 많아져 CCL이 버티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라스코어가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