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급물살…여수 여천NCC ‘주목’

특별법 통과 임박…석화업계 ‘운명의 한 달’
DL·한화 합의 진전…여천NCC ‘총대’ 멜 듯

입력 : 2025-12-01 오후 2:36:1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내일 국회가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특별법(석화특별법)’을 처리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제도적 기반 마련이 가시화되자 구조조정 논의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입니다. 각사가 이달 안으로 감축 제출안을 내야 하는 일정이 겹치며 사실상 ‘운명의 한 달’이 펼쳐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지인 여수에서 여천NCC가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부각되며, 산업 지형을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 곧 마련될 전망입니다. 
 
여수 산단. (사진=연합뉴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외됐던 ‘석화특별법’이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선은 ‘다음 구조조정의 장’으로 지목된 여수로 쏠립니다. 울산은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이 150만톤 수준으로, 감산 여력이 크지 않아서입니다. 
 
울산 산단 내 개별 기업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대한유화는 단일 업종 체제로 크래커 가동을 멈출 경우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에쓰오일은 최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등에 업고 정부의 감산 요구에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매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감산 협상이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국내 에틸렌 생산 비중이 큰 여수 산단이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여수를 직접 찾은 것도 이러한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수 여천NCC 제2 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홈페이지 갈무리)
 
여수에는 LG화학, GS칼텍스,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 4개 주요 기업이 에틸렌 설비를 운영 중입니다.  4개 사의 에틸렌 생산 물량은 총 640만톤이 넘으며, 국내 총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정부가 산단별이 아닌 NCC 보유 주요 10개 개별 기업으로부터 감축 계획을 제출받기로 한 만큼, 대산에서 이미 계획을 제출한 롯데케미칼은 여수 구조조정 레이스에서 일찌감치 비켜선 모습입니다. 정부 승인 이후 추진해야 할 물적 분할 등의 절차만으로도 일정이 빠듯한 상황입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집니다. 감산은 일반적으로 효율이 낮은 설비부터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LG화학은 설비 효율이 높은 편입니다. GS칼텍스는 에틸렌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감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재로선 여천NCC가 연간 230만톤에 달하는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해 정부의 감산 요구가 집중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감산에 상당 부분 합의가 진척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천NCC가 사실상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울산 감축안까지 여수가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울산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구조조정에서 강조해온 게 일자리”라며 “감산을 특정 지역에 집중하면 고용 충격이 커질 수 있어 여수의 생산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선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울산은 향후 에쓰오일의 180만톤 규모 신규 설비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 여력이 결코 작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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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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