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을 기록하고 그날을 기억하다"

1년 전 현장에서 목도…기자들이 전한 당시 현장

입력 : 2025-12-01 오후 5:40:54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어느덧 1년을 맞았습니다. 경제·외교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란은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계엄 사태와 당시 상황을 되짚기 위한 계기가 마련됐는데요. 용산 대통령실은 계엄 1주년을 맞아 ‘계엄을 기록하고, 그날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계엄 사태 일선에서 상황을 목도한 기자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날의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가운데), 맨 왼쪽부터 유지웅·박현광·박준영·손지형 기자.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캡처)
 
"테러리스트처럼 포박…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방송에는 박준영 <데일리한국> 기자, 박현광 <뉴스공장> 기자, 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 손지형 <헤럴드경제> 기자(가나다순)가 출연해 1년 전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현광 기자는 "계엄 선포 당시 말하면 기자 사이에서 예산안 관련 발표가 있다는 정보가 돌았다"며 "윤석열정부 몰락과 관련 취재하고 있었는데 '잡혀가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계엄 포고령 보면 기자들에 대한 문항도 있다"며 "기자들이 계엄사령부의 권한 안으로 들어간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더 실감 났다"고 했습니다.
 
유지웅 기자는 "2024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하는 생각과 좌절감이 들었다"며 "계엄군이 헬기로 착륙한 위치를 찾아 동선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엄군이) 어디로 갈지 확인하고 취재와 감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헬기가 있는 국회 운동장으로 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707특수임무단(특임단)은 케이블타이로 유지웅 기자 체포를 시도했는데요. 그는 "나를 발견한 계엄군이 설명 없이 다가와서 4명이 나를 둘러싸고 몸을 꺾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며 "국회 벽면으로 질질 끌려가며 배가 닿은 채로 벽면에 테러리스트처럼 제압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박준영·손지형 기자는 계엄 당시 대통령실 상황에 대해 회고했습니다. 박준영 기자와 손지형 기자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 안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박준영 기자는 "취재원과 저녁 자리를 마무리하고 기자실에 돌아왔는데 계엄이 선포됐다"며 "대통령실에 도착하니 브리핑실 앞에 경호 인력이 배치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실에 간신히 들어간 뒤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어떤 근거로 계엄이 선포됐는지 아무도 몰랐던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손지형 기자는 "어느 순간 출입증이 정지됐다"며 "대통령실 안으로 출입도 막혔다. 나는 안에 들어와 있었는데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어서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일로 생각됐다"며 "언제 체포당해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란이 남긴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기자들은 이날 계엄 이후 벌어진 현장 분위기도 전했는데요. 박현광 기자는 "많은 시민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응원봉 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전부터 계엄을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명확한 동기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현광 기자는 또 "계엄 포고문 자체가 기자를 상대로 한 위협 공격처럼 국회 출입기자는 자신의 일터에 무장한 군인이 들어온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서 (기자들도) 적극 나서지 않은 국민의힘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지웅 기자는 "기억나는 건 질서 있는 퇴진"이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동담화문 발표했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에 짤막한 일방적 발표가 있었는데 기자들이 항의가 많았다"며 "국민의힘은 회의 때도 공연하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준영 기자는 "당시에 계속 2차 계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현장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계엄 해제 전 대통령실에는 등록 기자단 6명과 외신 기자 1명이 있었다"며 "2차 계엄 터지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안을 강구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손지형 기자는 "비상계엄 선포문 표현을 보면 공산 세력과 체제 전복 이야기가 나온다"며 "어떤 근거인지 궁금했고, 전시 상황이 아닌데 중대 사항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들은 비상계엄 이후 1년을 돌아보며 소회도 전했습니다. 유지웅 기자는 "국회로 달려와주셨던 많은 분께 시민 중 한 명으로서 경의를 표한다"며 "12·3 내란 사태가 우리한테 남긴 건 역설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손지형 기자는 "계엄 이후 기자로서 느낀 소회가 있다"며 "군부 통제와 같은 역사를 돌아보며, 언론인으로서 자유를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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