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수출' 불확실성 뚫었지만…충격·기회 '변곡점'

역대 수출에도 기회·위험 동시 확대
수출주도 성장 중국발 '변수' 도사려
글로벌 공급망·교역질서 '양면적 충격'
"무역갈등 고조 가능성…후폭풍 불가피"

입력 : 2025-12-04 오후 3:47:3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한국 수출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상 첫 7000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글로벌 수출 지형은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수출 주도 성장에 고삐를 죄고 있는 중국발 변수가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교역 질서에 복합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 경제 전반뿐만 아닌 한국 경제에도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이중적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는 4일 열린 '제62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올해 수출 성과에 대해 "신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 해소로 6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며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의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11월 수출은 미국의 고율 관세와 유가 하락 등 불리한 환경에도 6402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입니다. 연말 특수까지 감안하면 첫 70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올해 성과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수출 의지가 합쳐져 만든 성과로 우리 경제와 수출의 강인함과 회복력을 상징한다"며 "앞으로 역대 최대 수출을 넘어 산업 혁신과 K-컬처를 토대로 우리 무역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수출 온기가 중소기업, 지역, 노동자 등으로 확산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글로벌 무역 지형의 압력입니다. 이 중 핵심 변수로는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세를 꼽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내수 회복에 실패한 중국 정부가 전통 제조업 중심의 공급 확대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 질서에 '양면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2026년 중국의 수출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중국 경제가 다시 한번 수출 주도 성장의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내년 중국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5.6%, 3.8%로 올려 잡은 바 있습니다.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4%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된 겁니다. 요인으로는 압도적인 생산 비용 비교우위, 해외 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재 유발 수요, 첨단기술 부문의 수출 강세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중국발 저가 상품 공급 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주요 수출국의 제조업 기반을 약화, 무역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 행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교역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은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시사하며 주요 제조업 국가들에 타격을 유발할 것"이라며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은 교역상대국의 국제수지(BOP) 불균형을 초래해 무역 갈등으로 확대 및 고조될 가능성도 내재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중국의 수출 확대는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순기능을 제공하되,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반도체 동맹 강화, 중국과의 공급망 분업이라는 상충된 방향의 전략 선택 요구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소위 힘 있는 나라의 경쟁 압력을 넘어서려면 산업 경쟁력, 혁신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수출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 강화는 향후 5~10년 한국 산업 전반에 구조적 도전을 불러올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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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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