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193조’…총수 지분율에 연동

1년 새 1조 늘어…상표권, 총수 수익원으로
LG, 3년간 이름값 1조…SK·한화 순으로 많아

입력 : 2025-12-04 오후 4:10:2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재계 10대 기업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이 2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소위 ‘이름값’ 명분으로 받는 상표권(브랜드) 사용료가 지배주주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유상사용 집단 수도 늘어나며 짭짤한 수익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지난 3일 발표했는데, 이를 보면 삼성 ·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한진 등 총수가 있는 국내 상위 10대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193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공시집단 내부거래 금액(281조원)의 68.7%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년보다 1조 늘었습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도 많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소속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0.9%였는데 30% 이상은 14.5%, 50% 이상은 18.3%, 100%는 24.6%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10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그룹은 HD현대로 7.0%포인트 증가했으며 한화는 4.6%포인트 늘었습니다. HD현대의 경우 핵심사업 부문을 분사했고 한화는 신규 계열사 인수 및 사업 구조 개편으로 인한 자회사를 분할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총수 일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내부거래인 계열사의 상표권 거래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전체 공시집단 중 그룹 이미지·브랜드를 쓸때 상표권을 유상 거래하는 계열사는 72개로 전년(70개)보다 2개 증가했는데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의 약 80%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로 쏠렸습니다.
 
총수 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거래 비율은 80.2%(65개 집단)로, 총수 없는 집단(7개 집단, 63.6%)보다 높았습니다. 상표권 사용료의 상당 부분이 오너 등 지배주주의 수익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5년 연속 지정된 총수 있는 집단(56개) 가운데 상표권 유상거래가 이뤄진 집단도 40개(2020년)에서 47개(2024년)로 늘었습니다.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거둔 기업은 LG로 국외 계열사를 제외하고 3545억원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는 이달 중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8곳과 ‘LG상표사용’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계약기간은 내년부터 2028년말까지 3년간으로, LG는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 약 1조906억원을 수취하게 됩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LG에 이어 연간 상표권 사용료가 1000억원을 넘는 집단은 SK(3109억원), 한화(1796억원), CJ(1347억원), 포스코(1317억원), 롯데(1277억원), GS(1042억원) 등 7곳으로 조사됐는데 이들 그룹의 거래액 합계는 1조3433억원으로 전체 공시집단 유상거래의 62.4%를 차지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의 매출 대비 비중이 5년 연속 80% 이상을 유지해, 상표권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공시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지속 점검하면서, 부당한 내부거래 발생 여부를 면밀히 감시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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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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