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방산 기업들이 지난해 글로벌 매출 세계 10위, 매출 증가율 세계 3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신무기체계 도입과 이에 맞는 유연한 조직·운영 구조 개편, 핵심 부품의 국산화,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난 1월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K1A2 전차가 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국내 방산업계는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이달 초 발표한 ‘2024년 100대 무기 생산 및 군사 서비스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 빅4인 한화그룹·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141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31% 증가했습니다. 이는 세계 3위 수준의 매출 증가율입니다. 또한 이들 4개사가 100대 방산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7%에서 지난해 2.1%로 0.4%포인트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유럽은 자국산 무기 구매를 우선하며 시장을 좁히고 있고, 중동에서는 시장을 선점한 미국이 대규모 공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남미 역시 재정 여건상 대량 무기 도입이 쉽지 않아 새로운 수출 활로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국내 방산은 그동안 재래식무기에 크게 의존해왔다”며 “재래식무기는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도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AI·드론·로봇 등 첨단기술 기반의 미래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FA-50 1대와 미국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국방 무기 획득 체계는 10년 걸려 100% 완벽한 무기를 획득하겠다는 기조”라며 “AI·소프트웨어·센서 기반 무기는 빠른 개발·실전 투입이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다른 방산 수출 선진국처럼 1~2년 내 85% 수준의 완성도로 개발한 뒤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량하는 체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방원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현재 우리 수출 무기의 핵심 구성품 상당수가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FA-50 엔진은 미국 GE의 면허 생산, K2 전차 변속기는 독일 RENK 제품, K9 자주포 엔진도 최근에서야 국산화됐을 정도”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는 수출이 늘어도 해외 업체의 부품 수출이 함께 증가해 국가 방산 경쟁력 순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국방 과학기술 수준을 높이고 핵심 구성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됩니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은 “방산산업은 국내 기술로 진행해야 하는 게 많아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원가 인상 없이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 당하는 등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의 제조시설 현대화, 인력 양성 지원, 적정 원가 보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